치통에서 암까지… 음악은 약보다 좋은 '진통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요즘은 기분 전환 수준을 넘어서 음악이 진통제를 대신한다. 치과 수술 후 심한 통증, 화상환자의 살을 떼는 듯한 통증, 항암 치료 후 견디기 힘든 통증 등에 음악이 진통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양현 경희대치과병원 교수는 "만성 치통 환자는 수시로 통증을 호소하지만 진통제를 매일 복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양한 대체 요법을 쓰는데, 음악치료가 진통 효과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성재 고대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는 "암환자, 화상환자, 치통환자 등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부작용으로 간이나 위장 손상을 겪으며, 특히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 계열은 신장이나 폐 등을 망가뜨린다"며 "진통제의 대체 요법으로 음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이 통증을 어떻게 감소시킬까? 신체 일부가 손상되면 파괴된 부위의 세포에서 통증유발물질이 분비되며, 이것이 뇌에 전달돼서 통증을 느끼는데, 어떤 방법이든 통증유발물질이 뇌에 전달되는 것을 막아주면 '아프다고 느끼지 않는' 상태가 된다. 여기서 통증유발물질 전달을 막는 수단으로 음악이 활용되는 것이다.
강경선 성신여대 음악치료학과 교수는 "환자에게 적절한 음악을 들려주면 뇌에 있는 마취수용기라는 부분을 자극한다. 여기서 분비되는 마취물질이 통증유발물질이 전달되는 통로인 '뉴런'의 활동을 억제시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감소시켜준다"고 설명했다. '음악진통제'는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암 통증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가 혈액암환자들에게 석 달간 매주 2회 악기연주치료를 실시한 결과 환자의 통증이 뚜렷이 감소했다. 환자들은 "살갗이 아픈 증상이 나아졌다", "두통이 개운해졌다" 등의 응답을 했다.
한세대학교 음악치료학과팀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말기 암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2회씩 음악진통치료를 한 결과, 통증이 치료 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함봉진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음악 자체가 마취작용을 해 통증을 줄여주는 동시에 불안감과 우울증 등을 잊게 하는 심리적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수술 후 통증
음악은 수술할 때 마취약을 덜 쓰게 할 수 있다.
임정애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가면 대부분 불안감 때문에 혈압이 올라간다. 혈압이 오르면 마취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이 때 음악을 들려주면 혈압이 낮아져 마취약을 덜 써도 된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수술실에서 17일 환자에게 마취 전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마취를 하면 마취약을 덜 쓸 수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사 spphto@chosun.com
마취약을 덜 쓰면 수술 뒤 환자가 마취에서 빨리 깨며, 깰 때 통증도 덜하다.
◆치통
김경숙 성신여대 음악치료학과 교수팀이 충치치료·신경치료·임플란트·교정치료를 받는 치과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치료시 선호하는 음악을 들은 환자가 통증을 훨씬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음악을 들으며 마취를 했을 때 환자의 몸부림과 구토 증상이 현저하게 줄었고, 마취에서 깨는 시간도 빨랐다.
◆화상통증
한강성심병원에서 2007년 화상 입원환자 6명에게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30분씩 10회 들려준 결과 평균 25%의 통증 완화 효과가 있었다.
이병철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화상 환자의 약 84%가 모르핀 등의 강한 진통제를 투여해도 통증과 가려움증 때문에 심하게 괴로워한다. 음악 치료의 통증 감소효과는 진통제 투약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만성통증
리타 콜웰 미국 메릴랜드대 생명공학연구소 교수팀이 자궁내막증 치료 뒤 만성 통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음악을 들려줬더니 통증을 느끼는 '통증 지각 지수'가 23% 감소했다.
강경선 교수는 "만성통증 환자에게 악기를 연주하게 하거나 음악을 감상하게 하면 실제로 상당한 통증 감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9년 8월 27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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