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치매…예방법은 잊지 마세요
혈관성 치매, 예방효과 커
하루 30분씩 걸어 뇌질환 예방
콩·등푸른생선 등 균형적 식사를
담배·술 피하고 두뇌자극 지속
노인 인구 비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가운데 하나인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들도 해마다 9월21일을 ‘치매의 날’로 정해 예방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노인성 치매로 치료받은 환자는 2007년 13만5천명으로 2002년 4만8천명에 견줘 5년 새 2.5배 이상 늘었다. 치매는 기억력 장애 등의 질환이 진행되면서 망상, 환각, 성격 변화와 같은 정신질환 증상도 나타난다. 치료도 매우 힘들어 환자는 물론 그 가족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80~90% 이상의 치매가 치료가 힘들거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의학적으로 증명된 치매 예방법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다.
■ 우리나라는 예방 가능성이 있는 혈관성 치매 비율 높아 치매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질환도 90여 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치매는 대략 10~20% 정도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 양성 뇌종양, 매독, 비타민 결핍 등이다. 이들 질환은 적절한 약물 및 수술 치료나 부족한 물질을 보충해 주는 치료로 짧은 기간 안에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차지한다. 특히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아 치료나 예방도 힘든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 질환의 대략 50~60%를 차지해 가장 많다.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하며, 이 질환은 뇌졸중을 예방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면서 고혈압, 당뇨 등을 관리한다면 발생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에게는 이 혈관성 치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서양보다 높으므로 그만큼 치매 예방의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 뇌졸중 예방이 혈관성 치매 예방의 길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발생하면서 뇌 조직이 죽어서 생기는 치매다. 곧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막으면 혈관성 치매는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뇌혈관 질환 및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을 젊을 때부터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질환을 앓고 있다면 그 관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다. 실제 매일 30분씩만 걸어도 치매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흡연이나 음주는 그 자체가 혈관성 치매의 위험 인자일 뿐만 아니라,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이므로 금주 및 금연을 해야 한다. 두뇌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뇌신경세포의 기능을 높이므로 꼭 필요하다.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은 콩, 쌀, 매실 등의 식물성 단백질과 육류, 달걀 등의 동물성 단백질류, 호두 등의 견과류, 현미, 식물성 기름 등이다. 또 꽁치,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도 도움이 되며, 칼슘이 많이 든 해조류나 우유 등도 뇌의 활동을 돕는다.
■ 기억력 감퇴가 초기 증상이지만 건망증과는 달라 치매를 좀 더 빨리 진단하면 완치는 되지 않더라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대부분의 초기 증상이 기억력 감퇴로 나타나는데, 건망증과는 구별된다. 건망증은 어떤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다가도 힌트를 주면 대부분 금방 기억을 되살리지만, 치매의 기억 장애는 힌트를 줘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 장애도 흔한 증상 가운데 하나인데,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물건의 이름이 금방 떠올리지 못하는 ‘명칭 실어증’이다. 아울러 시공간 능력이 떨어져 길을 잘 잃는 증상도 나타나는데, 초기에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많지만 점차 진행되면 집을 찾지 못하거나 집 안에서도 화장실, 안방 등을 혼동하기도 한다. 성격이나 감정의 변화도 치매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꼼꼼하던 사람이 대충대충 일처리를 하거나 의욕적인 사람이 매사에 관심이 없어지기도 하며, 우울증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불면증에 빠지는 등 수면 습관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노인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권장된다.
도움말: 정인과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정신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재홍(신경과)·김성윤(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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