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에 대한 진실과 오해…알고 계십니까?
B형 간염 혈액으로 전염 일상생활 통해 옮지 않아
《경기 군포시의 A중 1학년 문모 군은 6일 학교로부터 급작스러운 ‘등교 불허’ 통보를 받았다. 입원치료를 받느라 나흘간 학교를 쉰 뒤 무단결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학교에 제출한 진단서에 ‘B형 간염’ 감염 사실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문 군이 단체급식이나 체육활동 등을 하다 다른 학생들에게 B형 간염을 옮길 위험이 있다고 보고 교무회의를 통해 등교불허를 결정했다.》
접촉 유의할 필요있는 A형 간염과 혼동
“보균자 취업-진학 불이익 받는일 없어야”
문 군은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가 ‘전염 위험이 없다’는 내과 전문의의 소견서와 항의서를 제출한 뒤에야 1주일 만에 학교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문 군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입학한 김모 군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 때문에 합격이 취소될 뻔했다. 김 군은 합격 소식이 날아온 지 이틀 만에 “전형과정의 일부였던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나왔다”며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데 B형 간염은 전염위험성 때문에 합격 취소 사유에 속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군은 대한간학회와 간사랑동우회 등 관련 단체들이 나서 “B형 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전염되지 않는다”며 해당 학교를 설득한 뒤에야 가까스로 입학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일부 특목고의 경우 전형과정에서 간염 및 결핵 검사 결과가 포함된 건강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염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입학 직후 학교 차원에서 건강 검진 절차가 있음에도 굳이 입학 전에 검사 결과를 내라는 건 간염환자를 애초에 걸러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한다.
일선 고교의 한 보건교사는 “의료계에 있는 사람들은 B형 간염의 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입학 업무는 교무주임 담당이라 보건교사는 발언권이 없다”고 털어놨다.
‘B형 간염은 전염 된다’는 잘못된 상식과 편견으로 간염 보균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의 장벽을 느끼고 있다. B형 간염은 수혈이나 성관계 등 혈액으로 옮는 질병으로 식판을 함께 쓰거나 술잔을 돌려 마시는 정도의 일상적 활동으로는 전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대한간학회 이영석 이사장(가톨릭대 의대 내과 교수)은 “A형 간염의 경우 단기간 앓다가 자연치유가 되지만 음식물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 만큼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45일 정도는 접촉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A형 간염 환자에 대한 대처법이 B형 간염 환자에게 잘못 적용돼 애꿎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육군 의무사령관 김록권 중장이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1만 명 규모의 군 부대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장병 600여 명이 2년간 복무하는 동안 추가 감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군 징집이나 공무원 채용 때는 간염보균 여부를 전혀 따지지 않지만 진학이나 취업 땐 B형 간염환자가 지속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B형 간염 보유자에 대한 취업 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일선에서는 간염을 전염병으로 보는 1970년대식 전염병 예방 캠페인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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