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절기 소리없는 습격
가을이 깊어가며 기온은 낮아지고 일교차가 커지고 있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질환이 뇌졸중이다. 10월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은 발병하면 목숨을 건지더라도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을 가져온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므로 사전에 예방조치를 철저히 하고, 작은 전조라도 지나치지 않는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 사망비율 선진국의 2배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사망자는 2005년 3만1297명으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10만명당 사망자 숫자가 64.3명에 달해 매일 90여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뇌졸중 사망비율은 전체 사망원인의 1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높은 편이고, 미국(6.1%) 프랑스(6.3%) 캐나다(6.5%)의 2배에 이르고 있다. 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 발병 후 재활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5%로, 선진국(20~30%)에 비해 떨어진다. 이 같은 통계는 뇌졸중에 대한 사전예방과 사후대응에서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뒤처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뇌졸중은 갑작스러운 뇌혈류의 이상에 의해 뇌손상이 오는 것으로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되고 반대로 막히면 뇌경색이 된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고, 반신마비, 감각이상, 언어장애, 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뇌출혈은 뇌 안의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내 출혈과 뇌를 싸고 있는 막과 뇌 사이에 출혈이 되는 뇌지주막하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증은 혈관이 동맥경화증 등에 의해 점점 좁아지거나 심장과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 뇌혈관을 막아 생긴다. 허승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는 뇌혈류에 상당히 의존적인 신체 기관으로 성인 뇌는 체중의 약 2.5% 밖에 되지 않지만 심장에서 나오는 혈류량의 약 20%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쪽 팔다리에 힘 빠지면 위험 =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전조 증상이 있다. 대표적 전조 증상으로는 ▲한쪽 얼굴, 팔, 다리에 멍멍한 느낌이 들거나 저린 느낌이 온다. ▲한쪽 팔, 다리에 마비가 오고 힘이 빠진다. ▲입이 한쪽으로 돌아간다. ▲갑자기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어느 한쪽이 안 보인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어지럽다. ▲일어서거나 걸으려고 하면 자꾸 한쪽 편으로 몸이 쏠린다. ▲갑자기 벼락 치듯 심한 두통이 오면서 토한다. ▲의식장애로 깨워도 일어나지 못한다 등으로, 이런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 쓰러진 뒤 3시간 내에 병원 가야 회복 가능 =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는 뇌세포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3시간 이내에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뇌세포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구조요원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환자를 편안하게 눕힌 다음 먼저 입속에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해 제거해야 한다.
그다음 베개나 포갠 타월을 환자의 어깨 밑에 넣어 목이 일직선이 되면서 머리를 뒤로 젖혀지게 해 기도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 많은 양의 산소가 뇌로 공급돼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함부로 청심환이나 구급약 등을 먹이다가 흡인성 폐렴 등 치명적인 뇌졸중의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치료의 예후는 얼마나 빨리 전문 의사의 진료를 받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한국의 재활치료율이 5%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뇌졸중 증상이 발생할 때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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