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져 찻잔 떨어뜨리면 … 뇌졸중 전조증상 의심을
일본의 민영방송 TBS는 지난 11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뇌졸중이 또 발생했을 거란 보도를 했다.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뇌졸중의 특성상 재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흔히 뇌졸중 하면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팔·다리가 마비되는 상황을 떠올린다.
하지만 뇌졸중은 원인·정도·손상 부위에 따라 환자가 겪는 증상과 치료법, 질병 경과는 천양지차다. 예컨대 처음엔 팔·다리 마비로 나타났다가 두 번째엔 어지럼증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병, 매일 1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망원인 2위인 병, 평생 관리로 재발을 막아야 하는 병-뇌졸중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본다.
◆뇌졸중은 재발률이 높아=뇌졸중을 치료하는 도중에 또다시 뇌졸중이 발병할 수 있을까. 그렇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 뇌졸중 환자가 또다시 뇌졸중을 경험할 확률은 발병 한 달 이내에 10%이상, 1년 이내에 30%이상 된다”고 들려준다.
뇌졸중은 원래 고혈압과 심장병·당뇨병·고지혈증·비만·흡연·과음·고령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빈발한다. 문제는 위험인자를 하루아침에 없애긴 힘들다. 재발 위험이 큰 이유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초기의 응급치료, 2주간 이상의 절대 안정 기간을 보낸 후에도 평생 약물치료로 위험인자를 관리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일단 재발하면 증상은 처음보다 심하다. 권 교수는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재생이 안 돼 주변의 정상 세포가 죽은 세포의 기능을 대신하면서 증상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 또 다른 뇌졸중이 생기면 겨우 기능하던 정상 세포마저 파괴돼 증상이 악화된다.
◆신속한 원인별 맞춤치료=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터진 뇌출혈, 혈관이 막혀 초래되는 뇌경색이 있다. <표 참조> 뇌출혈은 주로 중·노년기 고혈압 환자에게 빈발한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로 좁아진 뇌혈관을 혈전(피떡)이나 심장에서 떨어져 나온 색전(핏덩어리)이 뇌혈관을 막아 초래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이광호 교수는 “색전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혈전은 본격적인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혔다가 다시 풀어지는 '전조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전조 증상이란 갑자기 손의 힘이 없어져 찻잔을 떨어뜨리거나 혀가 말려 발음이 어눌해지는 등의 뇌졸중 비슷한 증상이 몇 십 초 또는 몇 분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교수는 “전조증상을 보일 때 곧 검사를 받고 약물로 혈전을 녹여주면 뇌졸중을 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단 발생한 뇌졸중은 초응급 상황이다. 따라서 119의 협조를 받아 곧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우선 뇌는 두개골이 둘러싸고 있는 탓에 한번 붓기 시작하면 뇌압이 급속히 올라가 생명을 위협한다. 따라서 신속하게 뇌압 강하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경색은 혈전용해제 등으로 발생 3시간 이내에 핏덩어리를 녹여주는 치료를 받으면 이전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 반면 이 시간을 놓치면 후유증이 남기 쉽다.
◆평생 재발 방지 위해 노력해야=뇌졸중은 위험인자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급증한다. 예컨대 뇌졸중 발생 위험이 흡연자 3배, 비만 3배라면 뚱뚱한 흡연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3 곱하기 3', 즉 정상인의 9배로 급증한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평생 위험인자를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대책은 고혈압 치료. 약물 치료는 물론 혈압을 높이는 스트레스 상황, 분노 폭발, 복압 올리는 운동(역기 등) 등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평상시 평균 혈압을 5㎜Hg만 낮춰도 뇌졸중 가능성이 40%가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하자. 금연과 절주 역시 평생 실천해야 한다. 당뇨병·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부정맥등)·고지혈증·비만 등 지병 역시 적극적인 약물 치료로 평생 정상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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