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건강을 말하다
입술을 읽으면 건강이 보인다. 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할 때 빼놓지 않고 살피는 신체 부위 중 하나가 입술이다. 입술은 피부가 각질화되지 않고 매우 투명해 혈관의 혈액이 고스란히 비쳐 붉은색을 띤다. 따라서 입술의 색깔이나 피부의 이상 여부를 발견하기 쉽고, 이에 따른 질환 가능성을 예측하기 용이하다. 한방의학에서도 입술은 질병을 진단하는 데 참고하는 신체기관 중 하나다. 동의보감에서는 입술이 비위(소화기)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질병예방 전문가인 조앤 리브먼 스미스 박사가 펴낸 ‘보디 사인(Body Signs)’에도 입술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각종 질병의 연관성이 잘 소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김윤필 강남 함소아한의원 원장, 박건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입술의 이상징후에 대해 알아본다.
▶아랫입술 하얗게 트면 햇빛에 의한 진행성 짓무름=여성의 도톰한 입술은 수세기 동안 미와 관능의 상징이었다. 한방에선 입술이 크고 두툼하면 소화기능이 강해 금세 허기를 느끼기 때문에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유전이 아닌데도 입술이 도톰해지거나 붓는 증상이 생긴다면 질병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먹고 마신 음식물이나 입술에 덧바른 화장품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인지 우선 살펴야 한다.
아랫입술이 유독 붓고 입술에 붉거나 하얀 껍질이 일어나는 반점과 상처가 있으면 일광으로 손상된 부위에 생기는 진행성 짓무름인 광선각화증일 수 있다. 이 경우 상처가 영구적으로 남는다. 또 아랫입술에 발병하는 피부암인 전암성 질환의 초기 경고성 신호일 수도 있다. 만성적으로 부은 입술은 유전적인 신경계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튼 입술보다 주름지거나 바싹 마른 입술이 위험=주름진 입술은 지나치게 깔끔하게 굴거나 궁상맞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는 기질이나 습관 때문이 아니라 피부와 내장의 결합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경피증 또는 피부경화증이라는 심각한 면역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입술 주위의 피부가 굳어 입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주름이 생기고 오그라져 보이게 된다. 튼 입술은 추운 날씨와 관련이 깊어 보습 관리를 해주면 별 탈이 없다.
입술이 건조한 것은 탈수의 신호다. 이때 입술을 핥으면 입술이 더 건조해져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만성적으로 건조한 입술은 영양 결핍이나 쇼그렌 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다. 미국인 400만명이 앓고 있다는 쇼그렌 증후군은 구강 건조 및 안구 건조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한방에선 입술이 트고 갈라지면 이를 두고 몸속의 ‘화’ 기운이 올라온 탓으로 돌린다. 신장의 음기가 부족해져서 신장의 양기가 위로 올라온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경우 코 질환 때문에 코가 막혀서 입을 벌리고 자다 보니 입안과 입술이 건조해져서 입술이 트기도 한다.
▶파란 입술은 산소나 피가 부족한 상태=파란 입술은 청색입술증의 신호일 수 있다. 손, 발가락의 작은 동맥 등이 추위나 감정적인 스트레스로 위축되면서 신체기관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것이다. 폐렴, 천식, 만성기관지염, 폐부종,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와 같은 호흡기질환 때문에 신체가 충분히 산소를 얻지 못해도 마찬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흡연을 즐겨 담배연기 속 일산화탄소가 폐와 다른 장기의 산소를 뺏고 있어도 산소 부족으로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임신 중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철분이 부족할 때도 입술이 파래질 수 있다.
한방에서는 핏기 없는 입술을 피가 모자란 상태로 본다. 어떤 이유로 잘 먹지 못했다든지 소화기가 약해서 먹은 음식물의 영양 흡수가 잘 안 된 탓이다. 얼굴에도 윤기가 없고 창백하거나 누렇게 뜬 경우가 많다. 입술 색이 어둡거나 보라색이면 어혈이 있는 상태로 본다. 어혈은 피가 덩어리져서 뭉친 것인데, 탁하고 점도가 높아 피의 제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눈이 뻑뻑하며 변의 색이 검어지거나 코피가 자주 나기도 한다. 피로가 쉽게 쌓이며 한번 쌓인 피로는 잘 풀리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생리 시 혈액이 덩어리져서 나오기도 하고 색이 어두운 편이다.
▶화끈거리고 따끔한 입술은 대상포진이나 비타민D 결핍=저녁에 입술과 입안이 따끔거리고 화끈거리면 단순포진이거나 혓바늘 초기 증세다. 포진이 아닌데도 그렇다면 칼슘이나 비타민D 결핍을 의심할 수 있다. 입술 외 다른 부위까지 따끔거리거나 마비가 온다면 신장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코에 주근깨가 나듯 입술에 주근깨가 날 수도 있다. 이것은 멜라닌 모반이라 부르는 이상한 모양의 갈색 얼룩으로, 의학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한번 생긴 멜라닌 모반은 몇 년 동안 잘 없어지지 않는다.
입술 주변에 뾰루지나 아토피 같은 붉은색 반점이 많으면 한방에선 소화기에 열이 많은 것으로 해석한다. 한방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변 냄새, 입 냄새가 심한 편이고 소변이 시원치 않다. 또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며 팔, 다리가 나른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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