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5일 목요일

마음의 병 다스리기,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마음의 병 다스리기,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은 국가다. 하지만 이에 비해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지극히 낮다. 치료 기록이 남아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준다는 등 진료에 대한 여러 오해로 정신과의 문턱을 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연 정신과란 어떤 곳일까. 우리가 갖고 있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신과 진료 절차, 일반 병원과 다를까 정신과 진료 또한 다른 과 진료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등록 등의 절차를 거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간혹 사전에 간단한 설문을 한다는 것. 소아의 경우 보호자 설문, 부부 상담의 경우 결혼 상태나 배우자에 대한 설문 등이다. 정신과 상담의 특징은 상담부터 바로 치료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문제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중요한 소통 과정이기 때문이다. 초기 상담이 끝난 뒤 진단을 위한 보조적인 도구로 구체적인 검사가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검사 여부와 그 종류는 상담 후에 결정된다.

상담 시간과 비용은 얼마일까 상담은 10분 내외의 짧은 상담부터 1시간 내외의 상담까지 환자와 치료자 간 정하기에 달렸다. 보통 지지적 상담, 분석적 상담 등 다양한 유형 중 어떤 상담이 좋을지 의사가 결정하고 환자가 이에 동의하면 상담이 시작된다. 비용은 치료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의료보험 처리를 하면 5천~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정신분석, 최면치료, 인지치료 등 특별한 치료를 받을 경우 비용이 달라진다. 검사비용도 마찬가지다. 적게는 1만원 안팎, 많게는 수십 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검사의 종류도 환자가 집에서 해오는 검사, 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혹은 임상심리 전문가가 하는 검사 등 다양하다. 병원에서 시행되는 검사는 대략 1시간에서 3시간 사이다.

진료 기록이 남는다는데 사실일까 사실이다. 환자를 병원 차트에 등록하고 보험 청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진료 기록이 남는다. 진료 기록은 환자의 향후 치료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진료 기록은 환자의 비밀을 공개하려는게 목적이 아니고 진료의 연결과 행정의 편의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간혹 이를 꺼려 비보험으로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취업이나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줄까 헌법상 행복을 추구해야 할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정신과 진료 사실을 근거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는 고소, 고발 건이다. 하지만 운전면허나 군 생활 등에 노출될 수 있는 법적 허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의 안녕을 위해 정부에서 반드시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진료 사실에 접근할 수 있으며 정신과 의사도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 내용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예외적인 경우는 단 하나, 환자가 법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정신과 의사가 재판에 관련된 진술을 해야 할 때, 의사는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민간보험 가입이 어려울까 아직까지 많은 민간보험(생명 혹은 상해) 회사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는 가입 희망자에 대한 자살 위험성을 문제 삼아 보험 가입이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모든 정신과 환자가 자살을 하지 않을뿐더러 대다수 우울증 환자들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같은 의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삼성생명 등 몇몇 보험회사에서는 몇 가지 아주 심각한 질병(심증의 정신분열병 등)을 제외하고는 보험 가입을 허가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험 가입자가 치료를 받기 전 가입한 경우라면 약관에 명시된 조건하에 다른 질환과 동일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정신과 치료제, 부작용은 없을까 최근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예전 ‘신경안정제’라고 불리던 정신과 치료제는 최근 우울증치료제, 불안치료제, 신경이완제 등으로 바꿔 부른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도파민 억제제 등의 이름을 쓰기도 한다. 정신과 치료제뿐 아니라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아스피린도 마찬가지다. 의사는 그 중에서 환자의 상태를 감안해 최대한 맞춤 처방하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기우다. 정신과 환자들은 치명적 부작용 혹은 중독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데,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은 자살을 위해 과다 복용해도 배만 부를 정도로 안전한 약물이 대부분이다.

정신과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정신과 치료는 크게 고민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단순 상담과 치료적 상담으로 나뉜다. 단순 상담과 치료적 상담은 피상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 조언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치료적 상담의 경우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병적인 부분의 치료를 위한 치료 계획(검사, 약물 등)을 수립한다는 점이 단순 상담과 다르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외도로 상담을 받는다면 단순 상담의 경우 상담자는 피상담자와 함께 화도 내고 슬퍼하기도 하며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치료적 상담이라면 배우자의 외도의 원인과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에 아파하는 환자의 정신역동을 파악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자아의 문제를 관찰, 적절한 약물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심리상담소와 정신과 클리닉은 어떻게 다를까 기본적으로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의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나아지게 한다는 점은 같다. 정신과 클리닉은 6년간의 의과대학 교육(혹은 4년간의 대학교육과 4년간의 전문대학교육)과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정신과 의사에 의해 운영되며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등 정신적 질병 단위의 치료에 관한 결정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심리상담소는 심리학 관련 전공을 마친 후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상담사가 운영한다. 때문에 의학적 검사나 약물 투여 등의 결정적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주부우울증’이란? 정확히 말하자면 ‘주부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은 없다. 최근 우울증에 걸리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특징적으로 건망증, 신체화 증상(답답함, 두통 등)이 많아지며 ‘주부우울증’으로 불리고 있는 것. 여자의 경우 평생을 살면서 우울증을 앓게 되는 확률이 20%인데 특히 30~50대 주부의 경우에는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오는 불평등, 출산과 육아로 인한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 생리와 출산, 폐경 등 급격한 호르몬 변화 등의 요인으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주부우울증’의 특징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달리 건망증이나 판단 부족과 같은 인지기능의 장애가 흔하다. 또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심신장애가 특징적이다. 슬프고 우울한 마음도 들겠지만 그보다는 머리가 아프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몸의 증상으로 먼저 나타난다는 뜻이다. 만약 위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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