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술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
“자꾸 안 마셔 버릇하니까 안 늘지. 술은 자주 마실수록 몸이 적응한다니까.” “어제 술 마셨으니 오늘 점심엔 해장술 한잔 해야지. 그래야 속이 풀리지.” 술에 대한 속설은 많고 많지만 백이면 백 그야말로 근거 없는 속설인 경우가 많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연시, 우리가 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들을 짚어 보자.
▶술은 자주 마실수록 는다?
이 속설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우리 몸은 알코올 노출 빈도가 높아질수록 이에 적응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술을 매일같이 2주 정도 마시면 간에서 에탄올 분해 능력이 30%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들의 몇 배를 마시고도 잘 취하지 않는 대주가들은 뇌세포가 고농도의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버린 경우다. 이밖에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효소가 많은 사람들은 취하는 속도가 느려 술에 ‘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알코올에 몸이 적응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속임’일 뿐이다. 술에 덜 취해도 몸이 상하는 것은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간을 손상시키는 일일 알코올 임계치는 80g. 4도짜리 맥주 500cc 한 잔에는 약 20g의 알코올이 들어 있으므로 생맥주를 4잔만 마셔도 1일 한계를 초과하게 된다. 이를 초과해 마시게 될 경우 의식은 멀쩡해도 이미 간 손상은 진행되고 있는 것. 따라서 술이 세 진다고 좋을 것은 없다. 개인의 건강상태 및 체질에 따라 적정 주량을 지켜야 한다.
▶숙취 해소에 해장술이 좋다?
술을 거하게 마신 다음 날, 숙취 해소에 좋다며 아침부터 해장술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하게 틀린 속설이다. 알코올 분해효소의 경우 일반적으로 저녁 때 활성도가 높아지고 아침에는 떨어진다. 따라서 아침에 마시는 술은 더 빨리 취하고 깨는 데까지 시간도 더 걸린다. 해장술은 오히려 몸에 독이 되는 것이다.
과음으로 아침까지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또 술을 마시면 상대적으로 덜 취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간과 뇌 모두 알코올에 취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해장술보다는 숙취해소에 좋은 북어국이나 콩나물국으로 속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식혜나 꿀물, 과일주스나 이온음료를 많이 마셔 전해질 및 당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도 숙취를 막는 데 좋다.
▶술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알코올은 뇌에 도달해 여러 가지 약리작용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마시는 술의 양에 따라 사고, 논리, 지각판단, 기분까지 달라지는 것. 적당한 술은 혈액순환을 돕고 긴장을 풀어준다. 보통 혈중 알코올 농도 0.02~0.05% 정도면 뇌의 각성상태가 살짝 풀어지면서 ‘기분이 좋다’는 느낌이 든다. 보통 소주 3잔 정도에 해당하는 알코올 농도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0.1%가 되면 뇌 기능이 둔화돼 자제력을 잃고 판단이 흐려진다. 평소 말이 없던 사람이 수다스러워지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이상부터는 판단력ㆍ집중력ㆍ기억력 둔화, 운동부조화, 언어구사 장애가 온다. 감정기복도 심해져 흥분상태에서 극한 기쁨과 슬픔을 오가기도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2% 이상이 되면 평행 장애가 심해지고 구토가 시작된다. 이쯤 되면 좋은 기분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진다. 혈중 알코올 농도 0.3% 이상이면 기억이 없어지고 심하면 혼수상태나 호흡정지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처럼 술 마시는 조건, 심리상태, 알코올의 양에 따라 술자리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주량에 맞춰 ‘아껴’ 마시는 것은 기분 좋은 술자리의 필수요소다.
▶술을 빨리 깨려면 토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많이 마시면 구토가 시작되는데 때로 술에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 넣어 먹은 것을 토해 내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위와 식도를 상하게 하고 탈수증세로 숙취를 심하게 할 뿐이다. 술에서 빨리 깨는 것은 얼마나 빨리 전해질을 보충하느냐에 달려 있다. 알코올대사 산물이 소변으로 빠져나갈 때 다량의 전해질을 함께 배출해 숙취현상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하는 것보다는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과일주스, 이온음료가 좋고 찬물은 전해질이 부족해 효과가 크지 않다. 커피는 이뇨작용을 강화해 체내 수분을 방출하므로 좋지 않다. 음주 중간 술을 깨기 위해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음주 시 간은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흡연은 고 농도의 일산화탄소를 마셔 체내 산소결핍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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