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관한 모든 것
21일은 WHO에서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노후 문제 중에서 ‘치매’가 암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할 만큼 치매는 중풍과 함께 나이가 들면서 가장 두려워지는 질병 중 하나이다.
아직도 왜 치매에 걸리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치매가 뇌의 노화로 인해 생긴다는 점. 뇌가 노화돼 생기는 병이 알츠하이머 치매이고, 혈관이 노화돼 막히거나 파열되어 생기는 병이 뇌혈관성 치매이다. 그러므로 뇌와 혈관의 노화를 최대한 막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치매에 관한 모든 것을 대전 선병원 정신과 김영돈 병원장을 통해 알아보자.
치매의 정의
치매는 사람의 정신(지적)능력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실을 말하며, 어떤 사람의 일상생활의 장애를 가져올 정도로 충분히 심할 때, 우리는 이것을 치매라고 얘기한다. 즉, 치매는 그 자체가 질병을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단지 특정한 증상들이 나타나서 어떤 기준을 만족시키는 증후군(증상복합체)을 말한다.
수 세기동안 사람들은 그것을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나이를 먹게 되면 피할 수 없이 필연적으로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매는 단지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그런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치매는 여러 가지 질환들에 의해 나타나는 병적 증상이다.
그 밖에 미만성 루이소체 치매, 두부 외상성 치매 등 매우 다양한 질환들에 의해서 치매가 나타날 수 있는데, 알쯔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미만성 루이소체 치매들은 치매의 증상으로만 나타날 수 있다. 또 어떤 치매의 원인 질환들은 여러 가지 나타나는 증상들 중에 한 가지로 치매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치매 이외의 다른 증상들을 잘 살펴보면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대개의 경우, 경험 많은 신경과 의사의 병력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만으로도 많은 질환들이 배제되고, 의심되는 몇 가지 질환으로 추론 되어 몇 가지 검사만으로도 진단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의 증상들은 원인 질환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아무 가벼운 기억장애부터 매우 심한 행동장애까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치매 환자들은 기억장애 외에도, 사고력, 추리력 및 언어능력 등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장애를 같이 보이게 된다.
인격장애, 성격의 변화와 비정상적인 행동들도 치매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
치매의 원인질환들
♣ 알쯔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언어 구사력, 이해력, 읽고 쓰기 능력 등의 장애
-길을 잃어버리고 거리를 방황
알쯔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많은 질환들 중에 가장 흔한 것이다. 이 병은 독일인 의사인 알로이스 알쯔하이머(Alois Alzheimer)의 이름을 따서 붙인 병명이다. 1906년 알쯔하이머 박사는 당시로는 매우 희귀한 뇌신경질환으로 생각되는 병을 앓다가 사망한 여자의 뇌조직의 병리학적 변화를 관찰하여, 이 병에 특징적인 병리 소견들을 발견하였다. 그가 발견한 것은 어떤 비정상적인 물질들이 모여 있는 집합체들(Plaques:노인성반)과 신경세포 안에서 신경원 섬유들이 비정상적으로 꼬여 있는 소견(Tangles:신경섬유원 농축)을 관찰했다. 그 외에도 알쯔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변화로는 기억과 그 외에 다른 지적능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뇌 부위에 있던 신경 세포들이 많이 없어진 것과 이러한 뇌신경세포 사이에서 오가는 아주 복잡한 신호들을 서로 전달해 주는데 필요한 어떤 특정 화학물질의 양이 많이 떨어져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알쯔하이머병의 첫 번째 증상은 아주 가벼운 건망증이다. 그 이후에 병이 진행하면서 언어 구사력, 이해력, 읽고 쓰기 능력 등의 장애를 가지고 오게 된다. 결국 알쯔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은 불안해하기도 하고, 매우 공격적이 될 수도 있으며, 집을 나와서 길을 잃어버리고 거리를 방황할 수도 있다.
♣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뇌 안으로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거나 막혀 발생
치매의 원인들 중에서 두 번째로 흔한 것은 혈관성 치매이다. 혈관성 치매에도 그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질환은 뇌를 공급하는 뇌혈관들이 막히거나 좁아진 것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거나, 반복되는 뇌졸중(중풍 또는 풍)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뇌 안으로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거나 막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치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끔 인지능력이나 정신능력이 조금 나빠졌다가 그 수준을 유지하고 또 갑자기 조금 나빠졌다가 유지되고 하는 식의 단계적 악화의 양상을 보이곤 한다. 팔, 다리 등의 마비가 오거나 언어장애나 구동장애 또는 시야장애 등도 흔하게 나타난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도 대개는 일단 발생하면 완치될 수 없으나, 초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의 악화는 막을 수 있다.
♣ 파킨슨 병(Parkinson's disease)
-몸과 팔, 다리가 굳고 동작의 어둔함, 주로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리는 질환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진행성 퇴행성 뇌 질환의 하나인 파킨슨병의 환자들 중 30~40% 정도는 파킨슨병의 말기에 치매의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파킨슨병은 몸과 팔, 다리가 굳고 동작의 어둔함, 주로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리는 안정 시 진전, 말이 어눌해지고 보폭이 줄고 걸음걸이가 늦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또 반대로 알쯔하이머병 환자의 일부는 병이 진행하면서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 루이 소체 치매(Diffuse Lewy body dementia)
- 인지 능력 장애의 심한 변화를 보이면서 간혹 의식장애
- 환각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인지 또는 환각인지 구별하기 어려워
최근 5년 사이에 분자생물학과 임상적 진단방법에 많은 발전이 있으면서 파킨슨병의 증상과 알쯔하이머병에서 보이는 치매 증상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런 발견의 결과로 과학자들은 세 번째로 흔한 치매의 원인 질환으로 루이 소체(Lewy body)질환 또는 미만성 루이 소체 치매(DLB)라고 부르는 병을 주장한다.
루이 소체는 망가져 가는 신경세포 안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덩어리로써 파킨슨병 환자의 주요 병변 부위인 뇌간의 흑질 부위에서 잘 관찰된다. 이런 루이 소체가 대뇌 전체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발견 될 때에는 알쯔하이머병의 증상과 매우 유사한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루이 소체 치매와 알쯔하이머병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루이 소체 치매는 그 병의 진행 양상이 알쯔하이머병과는 다르고 인지 능력 장애의 심한 변화를 보이면서 간혹 의식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루이 소체 치매에 걸린 환자들은 또한 환각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하여 환자들은 환각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인지 또는 환각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루이 소체 치매의 초기 증상들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심해졌다가 좋아졌다 하는 그런 심한 증상의 변동 추이를 보이지만 결국은 매우 심해지고 심해진 증상이 계속되게 된다.
부검을 해보면 루이 소체 치매에 걸린 환자들의 뇌에서는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들에게서 보이는 그런 루이 소체가 관찰되는데 뇌간뿐만 아니라 대뇌 피질에서도 관찰되고 앞에서 말한 노인성 반(Senile plaque)주위를 따라 관찰되기도 한다. 루이 소체 치매는 알쯔하이머형 치매와 같이 질병 자체의 치료는 현재까지 불가능 한다. 최근에 알려진 중요한 사실 중의 한 가지는 이러한 퇴행성 뇌신경 질환들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적인 이상이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점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다른 유전적인 검사방법을 이용해서 치매 증상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퇴행성 뇌신경 질환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헌팅톤병(Huntington's disease)
-얼굴이나 팔 등이 저절로 움직여지는 무도증
헌팅톤병도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파괴되어 가는 진행성 퇴행성 뇌 질환의 한 가지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침범하여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함에 따라서 인격과 지적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도 점차 감소하게 된다. 치매는 이 병의 말기에 나타난다. 헌팅톤병은 유전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고, 이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이미 밝혀져 있다. 이 병은 젊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노인들에게서는 치매의 중상으로 주로 나타나는 것에 비해 얼굴이나 팔 등이 저절로 움직여지는 무도증 등으로 나타나거나 정신질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 크루츠펠트-제이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시각 증상으로 시작해서 매우 빠르게 진행
이 병에 걸리면 젊은 층과 중년층에서 치매가 발생하게 된다.
크루츠펠트-제이콥병은 매우 드문 질환이나 치명적인 뇌 질환으로 프라이온(prion)단백질이라 불리는 물질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 병에 가장 초기 증상으로는 기억력 장애가 있을 수 있으면서 시야장애나 행동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이후 의식장애와 불수의적 운동. 예를 들면, 근육의 간대성, 근경련 또는 팔, 다리에 허약감, 또는 앞이 잘 안 보이는 등의 시각 증상으로 시작해서 매우 빠르게 진행하여 결국은 혼수상태에 이르게 된다.
치매의 다른 원인들과 치매와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질환들
-뇌종양, 두부 손상, 대사성 뇌 질환, 갑상선 질환, 영양결핍증 등
-정상압 뇌수두증 : 치매, 소변장애, 보행장애 등
-섬망 : 갑작스러운 인지능력의 장애를 보이거나 지남력 상실 또는 의식 소실 등의 증상
치매증상을 유발하거나 치매와 비슷한 임상소견을 보이는 질환들 중에서 완치가 가능한 그런 질환들도 많다. 이런 질환들 가운데는 뇌종양, 두부 손상, 대사성 뇌 질환, 갑상선 질환, 영양결핍증 등이 있다. 만성 알코올 중독을 포함한 독성 물질에 의한 뇌기능장애 또는 다른 이유로 사용하는 약물에 의해서도 혼돈상태가 유발될 수 있고 인지장애나 치매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정상압 뇌수두증은 흔하지 않은 질환으로 뇌 안을 흐르고 있는 뇌척수액의 흐름이 막힘으로써 뇌실 안에 뇌척수액이 점차 많이 고임으로써 발생한다. 이 병의 증상으로는 치매, 소변장애, 보행장애 등이 포함되고 있다. 이 질환은 뇌막염이나 뇌염, 두부손상 등의 후유증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상압 수두 증이 조기에 발견된다면 뇌에서부터 뇌척수액을 다른 곳으로 흐르게 만드는 아주 간단한 수술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노인 연령층에서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가 있다. 또 치매 환자들에게는 우울증이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치매와 우울증이 같이 나타나게 되면(치매 환자의 약 40%에서 우울증이 관찰된다.) 지적능력의 장애가 더욱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우울증은 그 자체 만으로나 또는 치매와 같이 병행되어 나타날 때도 모두 치료 가능하다. 따라서 치매의 초기에도 우울증이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섬망(Delirium)은 일시적이고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상태의 혼동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섬망은 폐 질환이나 심장 질환 또는 장기간의 간염상태, 영양부족, 장기간의 약물 복용 및 호르몬 장애 등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섬망의 진단 및 응급치료는 우 중요한데, 세균성 뇌막염과 같은 아주 심각한 신경과적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섬망은 가끔 치매의 증상과 혼동되기도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인지능력의 장애를 보이거나 지남력 상실 또는 의식 소실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치매보다는 섬망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심리학에서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 자기의 행동은 스스로 결정하도록 노력한다. 즉 남에게 물어서 하지 말고 스스로 궁리해야 한다.
- 여가활동에 있어서 사람을 상대로 승부를 내는 놀이가 좋다. 반면 기계작동으로 운세가 판가름되는 게임은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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