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는?
학교 가려고 나서다가 몇 번 집에 되돌아왔다. 이유는 엄마, 내 시계...엄마, 지갑... 엄마, 핸드폰....으휴...이번엔 또 뭐야?. 오늘...토요일이지?...나 오늘 학교 안가는 날인데...대학생 이모 (여,22세)씨.
가스불을 끄지 않고 외출해 버린 경우와 남편의 통장 비밀번호를 잊어 은행에서 한참을 허둥대던 일, 집 전화번호가 순간 기억나지 않는 등의 사소한 실수를 일으키는 건망증세 주부 김모(37세)씨.
웃고 넘겨 버리기에는 심각한 건망증의 사례들이다. 깜박깜박 거리는 형광등처럼 뇌에 저장된 기억을 군데군데 공 테이프로 만들어 놓는 건망증. 초등학생에서부터 직장인, 가정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건망증에 시달리며 싸우고 있다. 혹은 벌써 치매인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전선병원 신경과 남선우 과장은 “건망증 현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고통,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며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 해결하면 건망증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며 “건망증과 치매증세 초기의 경우 딱 구분하기 어려우나 자신의 기억력이 감퇴된 것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치매에 해당되고 기억력 상실을 의식하는 것은 건망증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남 과장은 “건망증이 모두 치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기억장애가 반복적이고 다시 생각나지 않는 부분이 종종 생기면서 가족 구성원간 또는 직장 생활,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치매로 의심해 보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건망증의 3가지 원인
누구나 건망증은 있다. 그 정도의 차이가 문제가 될 뿐. 전문가에 의하면 건망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심인성 건망증= 뇌 등 신체 특정 부위가 좋지 않아서 건망증이 심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흔히 30∼40대 중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주부들 대부분이 고민하는 건망증은 심인성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기질적인 건망증=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많아진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기억감퇴증의 원인으로 기질적인 원인이 30%를 차지하고, 그 외 70%는 심인성 건망증이다.
△혼합형= 심리적인 요인과 건강 문제가 합해서 발생하는 건망증이 있다.
◇ 왜 주부들에게 건망증이 많을까?
전문의들에 의하면 건망증이 심한 환자들 중에서 60% 이상이 여성이고, 주부 중에서 80% 이상이 건망증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주부들에게 건망증이 심한 것일까? 병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일까? 주부 건망증은 거의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과 출산과 폐경 등의 신체 변화가 원인이다.
△깜박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장애
건망증이 심한 주부들은 어이없는 실수에 처음 몇 번은 웃어넘기다가 점차 고민에 빠지게 된다. “혹시 이러다가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닐까?”, “더 심해져서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주부 건망증은 심각한 질환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깜박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장애. 가스불을 끄지 않거나, 잠깐 통장 비밀번호를 잊거나, 집 전화번호가 순간 기억나지 않는 등의 사소한 실수를 일으키는 건망증세들이 이에 속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력이 회복되어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잊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되어 단순한 기억력뿐만 아니라 판단 능력 등 뇌기능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가사 노동의 반복
가사노동은 대부분 노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무 생각 없이 해치울 수 있는 단순한 일거리들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어서 뇌에 지적인 자극이 없게 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건망증이 생기게 된다.
무심한 남편들 중에는 “여자들은 나이 먹으면 다 그래?”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내의 자존심을 건드리곤 한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서 기억력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지, 성적인 특성 때문이 아니다. 남자는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일 외에 몇 가지 개인의 일에 대해서 수월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일 뿐. 만약 남자도 가사를 본격적으로 맡아서 하게 되면 분명히 주부와 똑같은 건망증 증세를 호소하게 될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와 피로
건망증을 호소하는 주부 중 대부분이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의 정서적인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으로는 점점 늙어가면서 아름다움의 상실에 대한 불안감, 가족 중에서 혼자만 낙오되는 듯한 위기감,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가사노동의 피로 등이 주요 원인.
△출산과 폐경기의 호르몬 변화
아이를 하나,둘 낳을 때마다 건망증의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고 호소한다. 이것은 다 이유가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기억장애는 관계가 있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을 투여 받으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호르몬의 변화뿐만 아니라, 출산 뒤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고, 또 폐경기 여성은 자신이 늙어간다는 불안감, 여성 성 상실에 대한 스트레스 등 중압감에 시달린다. 이러한 심리적인 요인들이 원인이 되어, 호르몬의 변화로 건망증이 되는 것.
◇ 건망증의 치료
건망증을 치료할 수 있는 뚜렷한 약물은 아직 없으며 건망증을 일으킨 원인을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치유가 가능할 수 있다. 또 건망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보다 반복적인 기억훈련을 통한 기억력 보존이다.
△건망증을 줄이는 10가지 방법
1. 규칙적인 운동은 기억능력을 향상시킨다
2. 뇌 전체의 고른 발달을 위해 머리를 쓰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한다
3. 전문적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4. 신문이나 tv등을 통해 세상일에 관심을 갖는다
5. 오감을 동원한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청각이나 시각 등 한가지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6.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술 담배를 억제한다
7. 충분한 수면과 운동 그리고 신선한 과일 채소를 많이 먹는다
8. 필요할 때마다 메모를 하여 기록을 남기는 방법도 좋다.
9. 건망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또 실수하면 어쩌지?”하고 자신의 건망증을 걱정하면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더 건망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10. 소리내어 말하기- 통장을 둘 때 “통장은 화장대 서랍 안쪽에 넣는다”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기억해둘 만한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것이 좋다.
◇ 건망증과 치매의 구분
깜빡증세는 단순한 건망증인가 아니면 치매 증상인가? 또 젊어서 건망증을 보이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치매로 바뀌는 것인가, 아니면 건망증은 치매와 전혀 다른 걱정할 필요없는 증상인가?
결론부터 말해 건망증을 뇌세포에 손상에 의한 지적능력이 크게 저하되는 치매와는 다른 것이다. 뇌기능 영상사진을 찍어봐도 치매환자의 뇌세포는 상당부분이 죽어 있는 반면 건망증은 뇌 손상이 없는 정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건망증(Amnesia)은 단기기억 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 장애로 정의할 수 있다. 시간?공간적인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인 기억현상에 차질이 생긴 것이지만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치매는 단기기억뿐 아니라 기억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됨은 물론 판단력과 언어능력, 작업능력도 현격히 떨어지게 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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