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
우유는 계란과 함께 오랫동안 대표적인 완전 식품으로 꼽혀왔다. 우유에는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 등 무려 114가지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필수 식품처럼 돼 있다. 너무 '완전'해서일까? 우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이 마치 새로운 이론처럼 튀어나오곤 한다. '우유에는 항생제가 들어있다' '우유의 지방은 녹슨 지방이다' '동양인은 우유를 마시면 안 된다' 등이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우유 속에는 항생제가 들어 있다?
젖소는 집단 사육되므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젖소가 특별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젖소가 잘 걸리는 대표적인 질병이 유방염. 유방염이 걸린 젖소의 젖꼭지로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이 항생제는 3일쯤 지나면 저절로 분해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다만 젖소마다 그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우유에 항생제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90년대 이후부터 시판되는 항생제에는 청색 색소가 들어가 있어 만약 항생제가 다 분해되지 않으면 우유 색깔이 청색으로 나온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문진산 박사는 "우유의 전체 검사비용 중 90%가 항생제 함유를 확인하는 데 들 만큼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산 흰 우유는 365일 눈으로 보고, 성분 검사를 하고, 온도를 재보는 것은 물론 세균이 몇 마리인지, 항생물질이 들어가 있는지 등을 전수(全數)검사하는 유일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우유가 아이들 아토피의 원인?
식품의 단백질은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의 유력한 원인 중 하나다. 어린이들이 많이 먹는 우유(분유)도 알레르기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는 "장이 성숙되지 않은 아기가 너무 빨리 엄마 젖 외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 해도 모든 단백질을 차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당장은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도 궁극적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장이기 때문이다.
아토피가 있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우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안 먹이는 것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어렸을 때 알레르기 질환을 앓았더라도 성장하면서 면역 기능이 좋아지고, 소화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생겨 알레르기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유의 지방, 비만 일으키지 않을까?
일반 우유 1L에는 유지방이 30~40g 들어 있다. 이중 약 60%(18~23g)가 포화지방산이다. 포화지방산은 비만,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비만이 문제가 되는 나라에서는 지방이 1% 이하인 저지방 우유나 무(無)지방 우유 마시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박미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우유 섭취량이 적어 지방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비만, 고지혈증 환자라면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는 60℃까지 가온(加溫)해 지방을 줄이거나 제거하므로 맛은 약간 밋밋하지만, 일반 우유에 함유된 칼슘과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등 영양소는 대부분 들어 있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는 "생후 2년까지 아기들은 지방이 뇌 발달에 중요하므로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가 아닌 일반 우유를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소아 비만 등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두 돌이 지난 뒤부터 저지방 또는 무지방 우유를 먹이라고 권고한다.
초콜릿 우유는 나쁘고 흰 우유는 좋다?
우리가 먹는 흰 우유는 젖소에서 짠 우유를 135℃에서 3초 동안 살균하고 유지방을 잘게 부수는 균질 과정만 거친 것이다. 반면 딸기, 커피, 초코우유 등 가공유는 주로 지방을 제거한 탈지유 분말 가루에 과즙, 설탕 등을 첨가한 것들이다. 진현석 박사는 "흰 우유가 싫다면 딸기우유 등 가공유를 마셔도 단백질 등 영양소를 대부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 흰 우유에 비해 가공 우유에는 당(糖)이 많아 충치 등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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