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0일 목요일

치주질환 ‘야간 관리’에 달렸다

치주질환 ‘야간 관리’에 달렸다


건강한 잇몸은 감귤 껍질 같은 질감에 연분홍색을 띠고 치아 사이를 견고하게 메우고 있다. 이런 잇몸은 30세 이후부터 점차 생명력을 잃어간다. 빛깔이 붉어지고 표면이 붓거나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40, 50대에 와선 80~90%가 잇몸에서 쉽게 피가 나고 치아가 빠지는 증상을 겪게 된다.

아파서 병원에 갈 정도면 때를 놓치는 수가 많다. 잇몸질환은 충치와 달리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다. 3, 4일 욱신거리고 불편해서 병원에 가려고 마음먹을 때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통증이나 부기가 가라앉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개월 후 통증이 생겼다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잇몸뼈는 녹게 된다. 결국 증상이 참을 수 없어서 치과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평소 잇몸질환을 예방하고,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없을까. 무엇보다 “밤을 잘 보내야 잇몸도 튼튼하다”는 점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칫솔질은 필수며, 여기에 최소 7~8시간 숙면을 취하라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잇몸건강 야간 관리가 필수, 밤늦은 흡연은 최악=일본 오사카대 치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산직 근로자 219명을 대상으로 흡연, 수면시간, 음주량, 스트레스, 영양 상태, 아침식사 여부, 근무시간 등 생활습관 행태를 조사한 결과 약 41%가 잇몸질환이 진행 중이었는데, 그 원인으로 ‘흡연’이 꼽혔고, ‘수면부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는 사람은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보다 잇몸질환 진행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수면이 부족하면 잇몸질환이 잘 생기는 것일까?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은 “잠이 부족하면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구강 내 각종 세포들도 정상 기능을 억제당하기 때문에 치주 조직의 치유 능력도 떨어지고, 그 결과 만성적인 잇몸 염증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양치질 후에 흡연을 하고 그냥 잔다면 최악이다. 흡연은 니코틴, 타르 등 무수히 잠재된 유해성분이 입속 말초신경을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막는다. 그러면 잇몸은 산소와 영양소가 결핍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 물질은 또 항체 형성, 세균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이 상태에서 그냥 잘 경우 세균은 더욱 증식하기 좋은 상태가 되며, 세균성 치태(플라크)도 잘 생기게 된다.

▶잇몸질환은 생활습관병, 당뇨ㆍ동맥경화도 유발=최근 들어서는 잇몸질환도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처럼 생활습관과 관련돼 발생하는 ‘생활습관병’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잇몸질환이 비록 세균에 의한 감염증이긴 해도, 원인이 되는 요소들 중 생활습관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다. 대한치주과학회 김남윤 이사는 “과거에는 신체 다른 장기의 질환이 치주병 발생에 영향을 주는 인자라고 여겨왔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근래 연구들에 의하면 역으로 치주병이 이들 생활습관병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는 근거들이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주과학회에 따르면, 치주병이 동맥경화를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입안의 세균이 혈관을 통해 심장의 관상동맥으로 이동하게 되면 혈관 내에 있는 지방성 플라크에 붙어서 혈전 형성의 원인으로 작용,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도 치주병을 가진 사람은 치주병이 없는 사람들보다 동맥경화를 포함한 관상동맥 질환이 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칫솔질, 정기검진이 잇몸 건강 첨병=잇몸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양치질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소금물로 입안을 헹궈주는 것도 잇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세면대 부근에 소금을 미리 준비해놓으면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칫솔이 안 닿는 곳까지 깨끗이 하기 위해선 하루 한 번쯤 치실을 사용하고, 치간치솔을 자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하게 피운 경우는 바로 양치질을 해야 한다.

최용석 램브란트치과그룹 대표원장은 “잇몸질환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6개월에 한 번은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며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아 플라크를 제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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