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 아직도 두려우십니까?
아직도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나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 수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발이 심하다더라’, ‘수술해도 계속 아프다더라’ 같은 소문들 때문이다. 이런 소문 탓에 많은 사람들은 몇 개월씩 침을 맞거나 물리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데도 한사코 “수술만은 않겠다”며 버틴다.
물론 과거에는 이런 소문이 틀린 말이 아닐 때도 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척추질환을 진단할 방법은 척수강조영술이 유일했다. 이 방법은 척수에 조영제(X선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 기관이나 구분하기 어려운 손상부위 등을 쉽게 진단하기 위한 약물)를 투여해 진단하는 것. 조영제가 흐르다가 막히는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시기에는 수용성 조영제가 없어 지용성 조영제가 투입됐다. 지용성 조영제는 체내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지 않기에 검사가 끝나면 몸에 남아 있는 조영제를 인위적으로 빼내야 했다. 약물의 통과에만 의존하다 보니 진단이 정확하지 못한 일도 적잖았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CT(컴퓨터단층촬영)가 나왔다. 하지만 이때도 영상에서 척추를 명확하게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디스크와 신경, 인대 등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조영술과 CT를 병행해 진단에 사용했다. 진단의 정확성은 보완됐지만 여전히 통증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어 의사들의 고민은 계속됐다.
이때까지는 수술 기술도 위험이 있었다. 허리를 절개하고 척추를 육안으로 보면서 수술해야 했으므로 인대나 근육 같은 주변 조직에 손상이 생기기도 했다. 재발률이 높고 통증이 계속 이어지기도 했다.
1990년대 MRI(자기공명영상촬영)가 보편화되면서 척추질환 진단의 ‘신세계’가 열렸다. 3차원 영상화가 가능했고 CT에 비해 해상도도 훨씬 뛰어나 세부 조직들도 모두 구분해 볼 수 있었다. 단면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통증부위를 못 찾는 일도 훨씬 줄어들었다. 촬영기술이 늘면서 최근에는 큰 신경줄기에서 뻗어 나온 신경가지나 신경말단에 생긴 협착도 모두 진단이 가능해졌다. 얼마 전 외국에서는 서서 찍을 수 있는 MRI도 개발됐다. 누워 있을 때와 서 있을 때 서로 모양이 다르게 나타나는 척추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수술법도 많이 발전했다. 지금은 내시경과 미세현미경 등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 주로 사용된다. 이런 수술법은 1∼3cm 정도로 작게 절개하거나 작은 구멍만을 뚫은 뒤 이를 통해 수술하는 방법. 출혈이 거의 없고 근육이나 인대 등 주변 조직의 손상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재발률은 낮아졌고 회복기간도 빨라졌다. 과거 전통적인 절개술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를 이룬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의 충분한 임상 경험이다. 아무리 촬영영상이 구체화됐다고 해도 영상은 영상일 뿐 그것이 진단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영상에 나타난 손상 부위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의 증상과 영상의 연관성을 찾아 진단을 내리는 것은 의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
척추질환은 아무리 경미한 손상이라도 방치하면 인대와 연골, 뼈 등도 함께 손상돼 만성화되는 일이 많다. 당장은 통증이 사라질 수 있지만 언젠가는 또 증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수술이 두렵다고 차일피일 미루기보단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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