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감기상식·치료법
이맘때면 꼭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감기다. 환절기면 한번쯤은 앓고 지내는 감기. 을지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이양덕 교수의 도움말로 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어보고 올바른 치료법을 제시해 보았다.
감기에 걸리는 건 날씨가 추워서다?
▶정확히 말하면 추위는 감기를 불러오지 못한다. 추위가 감기에 걸리는 1차적인 원인은 아니란 뜻이다. 감기는 겨울보다는 봄과 가을에 많은데, 환절기에는 감기를 일으키는 주요한 바이러스들의 감염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밤낮의 기온차가 큰 환절기에는 인체의 방어능력이 떨어지면서 감기 등의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다. 아울러 난방을 심하게 해도 바깥 기온과 방안 공기의 기온차가 커져 체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진다.
다만 추위는 우리 몸의 방어벽을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쉽게 만든다. 우리 몸의 기도에서는 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섬모운동이 일어나는데 날씨가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섬모운동이 위축돼 병균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보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영양섭취로 면역력을 키우고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도록 손 씻기에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감기는 침을 통해서 전파된다?
▶감기는 술잔을 돌리거나 같이 음식을 먹을 때, 연인끼리 키스를 할 때 전파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감기환자의 타액에서는 바이러스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기환자의 콧물이 묻은 손을 눈이나 코에 갖다대면서 전염되는 것이 가장 많은 원인이다. 따라서 감기 환자는 콧물이 다른 사람이 만질 수 있는 곳에 묻지 않도록 잘 처리해야 하고 손 씻기를 잘 하는 것이 감기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감기약은 빈속에 먹어야 약발이 잘 듣는다?
▶모든 일에는 때가 중요하듯 약을 먹는 때 역시 잘 맞추어야 백배의 효력을 볼 수 있다. 약국에 갔을 때 약을 건네주며 약사가 하는 한마디가 꼭 있다.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 라는 말이다. 감기약은 다른 약에 비해 위에 부담이 많이 간다. 이 때문에 공복에 먹게 되면 염증이나 속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음식이 소화되는 식후 30분이 적당하다.
만약 식후 30분을 지키려다 약 먹을 시간을 놓쳐버린다면 생각날 때 바로 먹어도 된다. 하지만 식사를 한 지 오래됐거나 배가 출출한 경우라면 간단한 간식을 먹은 후 먹는 것이 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이다.
감기치료에 도움 주는 비타민C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
▶감기 예방이나 치료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말이 ‘비타민C가 많은 과일을 충분히 먹어주는 것’이다. 그간의 연구를 보면 하루 200㎎ 이상의 비타민C를 감기 걸리기 전부터 먹어왔을 때 감기의 증상과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감기에 걸리고 나서 복용하는 비타민C는 감기의 증상과 기간을 줄일 수 없다. 따라서 평소에 적당량의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많이만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감기에 걸린 후에 비타민C 정제나 과립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나 요로결석 등의 부작용만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감기를 쫓으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인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도중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한작용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피해야 한다.
독감예방접종을 하면 감기는 걱정 안 해도 된다?
▶독감을 독한 감기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감기에 걸리면 주로 코와 목이 따끔거리면서 아픈 반면, 독감은 전신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1~3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자기 38도가 넘는 고열에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지며 두통, 근육통 등이 심해지고 눈이 시리고 아프기도 하다. 합병증으로 폐렴 등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도 감기와는 다르다.
감기는 끊임없이 변종을 일으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물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수많은 변종이 존재하지만, 다음해에 유행할 것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어서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재채기 심하게 하면 보나마나 감기 초기증상이다?
▶봄가을이면 항상 재채기와 콧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365일 감기를 달고 산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감기라기보다는 알레르기성 비염일 가능성이 크다.
을지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이양덕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가벼운 경우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해 환자들은 감기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코의 증상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열이 없는 점이 보통 감기와 구분된다”고 말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3대 증상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이다. 이외의 증상으로는 화학매개물질의 분비에 의한 코끝 혹은 입천장, 눈, 피부 등에 가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대개 아침에 더욱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기관지 천식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의심이 가는 경우 검사를 통해 감별할 필요가 있다.
〈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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