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즐겨 먹는데 변비가 심하다고요? 대장암 의심을 …
정기검진만이 대장암을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전호경 교수.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대장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 대장암 환자는 1982년 1318명에서 2005년 1만5233명으로 지난 23년간 11배나 급증했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새로 발생한 암환자 12만3741명 중 대장암이 12.3%를 차지해 암 발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대장암은 진행이 느려 조기에 진단하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아는 만큼 막을 수 있는 것’이 대장암이다. 8일은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정한 제1회 ‘대장앎의 날’. 전호경(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 이사장의 도움말로 대장암 극복을 위한 지혜를 들어본다.
◆서구화가 불러온 대장암=대장암 급증의 주범은 고지방·고칼로리 식습관이다. 채소 위주의 전통 한식을 주식으로 삼던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대장암 환자가 현저히 적었던 중요한 이유다. 변비가 심하면 배출해야 될 독성물질이 대장 내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대장암 발생이 증가한다.
따라서 평상시 섬유소가 많은 채소를 듬뿍 섭취하면 배설이 촉진돼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준다. 반면 고기와 기름진 음식, 패스트푸드, 정제된 음식 등은 습관성 변비를 초래해 대장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신체활동이 부족한 것도 대장암 발생을 부추긴다. 순천향대 산업의학과 이경재 교수 팀은 ‘일본인 6만5022명을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30% 감소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유전적 소인과 관련된 대장암 발생은 15∼20%에 불과하다. 역으로 말해 80%는 암 발생을 초래하는 환경적 요인을 없앰으로써 예방이 가능한 것이다.
◆완전 극복은 정기검진으로 가능=서구식 식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대책 없이 대장암 위협에 시달리며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대장암은 잠혈검사(변의 혈액 유무를 살핌)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을 초기에 발견·치료하면 완전 극복이 가능하다. 실제 생존율이 1기 땐 90% 이상, 2기면 70%다. 하지만 3기만 돼도 생존율이 50% 이하이며, 암세포가 이미 폐나 간 등 먼 곳까지 퍼진 4기 땐 생존율이 5% 아래로 떨어진다.
문제는 대장암 역시 병 초기엔 증상이 없다가 암 덩어리가 커진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증상 또한 다른 대장질환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인 대장암 증상은 ▶배변 습관의 변화 ▶점액변(변에 점액이 섞임) ▶굵기가 가늘어진 변 ▶체중 감소 ▶복부 불편감(복통·복부팽만) ▶피로 ▶식욕부진·구토·오심 ▶혈변 등이다. 따라서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병을 조기 발견해야 한다. 정기검진은 50세 이후부터 5년에 한 번씩 받는다. 하지만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등 고위험군(표 참조)에 해당될 땐 정기검진 간격을 줄여야 한다.
◆암환자는 맞춤치료가 해결책=대장암에 걸렸다면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게 최선책이다. 제거를 위해선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 가 필요하다.
예컨대 조기 발견한 대장암은 내시경만으로도 제거가 가능하다. 또 암 덩어리가 큰 경우엔 일단 수술 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제거함으로써 수술 효과를 높이고 재발률을 줄일 수 있다.
내시경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환자, 한 손은 복부 내로 삽입해 암 덩어리를 만져 보면서 수술해야 되는 경우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법도 다양하다. 따라서 대장암 환자는 모든 수술법이 가능한 병원에서 시술을 받는 게 좋다.
최근엔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수술 후 재발 가능성, 항암치료 효과 정도까지 구분이 가능하며, 조만간 지금보다 한 단계 세분화된 맞춤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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