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찔끔…요실금 쉬 쉬 하지 마세요
주부 김모(50·여)씨는 요즘 외출하기가 두렵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동안 없었던 요실금 증세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걸음을 빨리 걷거나 기침을 조금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지린다.
주변에 말하기가 민망한 데다 병원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아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큰마음을 먹고 병원을 찾아 치료받고 있다.
김씨와 같이 요실금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특히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더욱 심해지는 요실금은 쉬쉬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질병으로 인식하고 재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게 전문의의 충고다.
제때 올바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단순히 요실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광이나 콩팥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다.
■출산 등으로 골반근육이 약해져 발생
요실금은 소변을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 소변이 흘러나오는 현상으로 흔히 중년 여성이 겪는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출산 전의 젊은 여성도 이 같은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요실금은 생명과는 무관하지만 삶의 질에는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환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직장여성이나 결혼한 여성이 성관계 시 겪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은 다른 계절보다 인체의 땀 분비가 줄어들어 소변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소변을 자주 보게 마련이어서 자연스레 환자도 증가한다.
최호성 유앤아이 여성클리닉 원장은 “요실금의 원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흐르는 복압성 요실금으로 출산, 분만, 폐경, 수술 등으로 골반근육이 약해지거나 늘어나 발생하는데 스트레스나 비만도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왜 여성에게만 나타나는가
요실금이 여성에게 자주 발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임신으로 여성이 임신하면 방광과 골반에도 변화가 온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영향이 소변량의 증가다. 임신으로 방광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 소변의 배출도 잦아진다. 그러나 이 같은 요실금은 보통 출산과 함께 사라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실금은 출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기가 산도를 따라 내려올 때 음부신경이 손상되어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폐경과 함께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 위축성 질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축성 질염은 질벽이 얇아지고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가볍고 쓰라린 증상이 특징이다. 위축성 질염은 질 안에 있는 박테리아의 변화로 생길 수도 있다. 질의 이상으로 요도 주위가 자극을 받아 소변배출빈도가 증가하기도 한다.
■수치심을 버리고 치료해야 한다
요실금은 ‘부끄러운 병’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병을 알고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일이 많다. 전문의들은 증세에 따라 물리치료, 약물 치료, 수술 등으로 얼마든지 완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혼여성은 수술적 치료보다는 물리치료를 권장한다. 물리치료 중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체외자기장치료가 있다. 이 치료법을 주 1회 3개월간 하면 효과가 높다. 체외자기장 치료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 자기장 의자에 앉아 있으면 요실금 증상이 개선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수술적 치료 중 ‘TOT수술’은 요실금의 정도가 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다.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95% 이상의 치료효과를 나타낸다. 폐쇄공으로 테이프를 요도 주위에 삽입하여 정상적으로 위치를 고정해주는데 수술시간은 20분 정도로 짧다.
당일 입·퇴원할 수 있고 수술 후 다음날부터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흉터나 통증이 거의 없고 가벼운 수면 마취 상태에서 수술하여 마취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생활습관 개선도 도움이 된다. 요즘같이 기온이 내려가면 체온 유지를 위해 보온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소변은 오래 참지 말고 온수 목욕을 자주 해 골반근육의 긴장이 풀리도록 해야 하며, 특히 약물에 의해 배뇨 증상이 악화하거나 급성요폐가 올 수 있으므로 감기약 등을 함부로 복용하지 않고 외출 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알코올, 카페인, 우유, 토마토, 매운 음식, 신맛이 나는 음식, 인공 감미료 등도 피해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는 “2005년 우리나라 여성 요실금 통계에 따르면 3년 이상 요실금을 앓은 사람이 절반 가까이인 49.7%를 차지하지만 실제 요실금을 상담한 사람은 12.6%, 수술을 받은 사람은 0.8%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들이 치료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라며 “요실금이 심해지면 때로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증세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치료에 나서는 것이 최상”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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