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왜 위암에 잘 걸릴까
위암은 한국인에게 발병률 1위인 암이다. 2006년 신규 암환자(13만1000여 명) 가운데 17%(2만2000여 명)가 위암 환자였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도 위암 환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인에겐 드문 병이다.
우리 국민이 왜 위암에 잘 걸리는 것일까. 유전자(DNA) 탓은 아니다. 잘못된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 미국·유럽으로 이민을 떠나 식생활이 바뀐 재미·재유럽 교포의 위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인의 위암은 크게 보아 소금·니트로스아민·헬리코박터균의 '합작품'이다.
우리 국민의 소금 섭취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을 서너 배나 초과한다. 김치·조림·젓갈·자반·찌개·국·라면 등 짠 음식을 즐겨서다. 소금은 지속적으로 위 점막을 자극, 위축성 위염을 일으킨다. 더 진행되면 위궤양→위암으로 발전한다.
니트로스아민은 강력한 발암물질로 아민과 아질산염이 만나면 생성된다. 아민은 염장한 마른 생선·훈제품에 많다. '파트너'인 아질산염은 대략 세 가지 경로로 체내에 들어온다. 첫째, 햄·소시지의 발색제로 쓰이는 아질산염을 통해서다. 둘째, 채소에 든 질산염이 체내에서 아질산염으로 바뀐다. 셋째, 조리한 음식을 상온에 하루가량 방치하면 이 음식 속의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변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도 매우 높다. 성인 10명 중 7명은 이 세균 감염자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 위염·위궤양을 일으킨다. 감염되면 위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그렇다면 식생활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무엇보다 싱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소금 섭취를 갑자기 줄이기 힘들다면 신선한 채소(양파·마늘 등)나 우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이런 식품은 소금의 '독성'을 중화시킨다. 특히 우유에 풍부한 칼슘은 위 점막 세포를 보호하고, 채소의 항산화 성분은 유해산소를 없앤다. 서양인 중에도 짜게 먹는 사람이 많지만 위암 발생률이 낮은 것은 채소·우유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니트로스아민의 섭취를 줄이려면 아민이 풍부한 식품을 멀리하거나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남은 음식을 바로 냉장고에 보관하면 음식 속의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국에서 냉장고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 위암 발생률이 크게 낮아졌다.
음식은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같은 이탈리아 안에서도 끓인 수프를 일주일씩 두고 먹는 북부 주민의 위암 발생률이 신선한 음식을 즐기는 남부 주민보다 네 배나 높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건강진단에서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됐다고 해서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 헬리코박터균을 약으로 죽이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치료가 위암을 예방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위암 대책에 있어서 식생활 개선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이다. 국립암센터 김영우 위암센터장은 “위암은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위암 초기(1A기)의 5년 생존율(완치율)은 95%에 달한다. 2기에만 찾아내도 완치율이 60∼70%다. 그러나 첫 위암 진단이 4기에 이르면 완치율은 5∼10%에 그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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