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피곤하지” 만성피로증후군
회사원 박모(40)씨는 늘 피로하다. 온몸이 무겁고 나른하고 머리는 늘 지끈거린다. 잦은 야근과 격무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시간을 내어 운동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체력이 시원치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가 심해진다. 봄철이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자 오후에는 더욱더 늘어지고 만사가 귀찮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줄어 가족관계까지 멀어진 느낌이다. 한마디로 사는 게 재미가 없다. 기온이 높아지고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박씨와 같이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요즘 기온이 올라가면서 나른하고 무기력해지는 등 잦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제대로 휴식했는데도 피로감이 수개월씩 계속되면 당뇨나 만성간염 등의 원인 질환이 아닌지 살펴야 한다. 특히 하루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과 긍정적인 생활태도는 만성적인 피로감을 해소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런저런 검사를 해 보아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 피로가 계속되면, 누구나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게 아닌가 하고 걱정들을 하게 마련이다. 사실 ‘피로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지쳤으니 좀 쉬라는 신체의 자연적 반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잠도 잘 자고 쉬기도 했으나 없어지지 않는 만성적인 피로감이 계속되면 전문의와 상담해 그 원인을 찾아야 피로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해 살펴봤다.
#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를 말한다
피로하다는 말 자체가 주관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표현하는 것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그 정도도 다양하다. 의학적으로는 일상생활을 계속해 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근육의 힘이 약화되거나 지구력이 없어지거나 정신적으로 평소에 하던 일을 지속해 나가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환자 스스로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간 격무에 시달렸다든지, 잠을 제대로 못 잤다든지, 한동안 감기나 그 외의 질병에 걸려 고생이 심했다든지, 술이나 담배가 과했다든지, 집안이나 직장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았다든지 하는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에는 안정을 취하고 충분히 잠을 자고 나면 좋아지게 된다. 이것을 ‘일과성 피로’라고 한다. 피로는 지속 기간에 따라 1개월 미만의 단기 피로, 1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의 장기 피로, 6개월 이상의 만성 피로로 나뉜다.
# 당뇨, 만성간염 아닌지도 살펴야
만성피로증후군은 특별한 질환 없이 지속되는 증상이므로 원인이 될 만한 병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뇨, 수면무호흡을 포함한 수면 장애, 폐결핵, 빈혈, 갑상선 질환, 만성 간염 등이 우선 확인해봐야 할 질환이다. 특히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반 이상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스트레스에 대한 장애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신적인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성피로 증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참고할 만하다. 1994년 미국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⑴기억 또는 집중력 장애 ⑵인후통, 목이나 겨드랑이의 압통을 동반한 림프절 증대 ⑶근육통 ⑷발적이나 부종이 없는 다발성 관절통 ⑸새로운 타입이거나 심해진 두통 ⑹상쾌하지 않은 수면 ⑺운동 후 24시간 지속되는 불편감 중에 4가지 이상 증상이 있으면 만성피로를 의심해야 한다.
# ‘나는 건강하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치료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은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흡연, 음주, 불규칙한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특히 병원에서는 의사와 상담할 때는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 만성피로 치료에서 환자와 의사 간 신뢰는 필수적이다. 육체적인 원인 질환이 없다면 정신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가정 문제 등에서 스트레스가 큰 경우에는 이를 지혜롭게 해결해 마음을 편하게 해야 하고, 우울증, 불안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다양한 정신과적 치료 이외에 약물 치료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인지행동 치료와 다단계 운동 치료이다. 인지행동 치료는 만성피로의 기전에 대해 설명하고 환자가 가지고 있는 믿음 즉, 내 몸에 큰 문제가 있어서 피곤할 것이라는 생각을 기본 검사를 통해 큰 병이 없음을 확인시켜 바꿔준다. 새로운 믿음으로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경우에서 약물 치료보다 월등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단계 운동 치료는 만성피로증후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 몸은 사용할수록 기능이 향상되기 마련인데 일상에 지쳐 운동하지 못한다면 심폐기능은 물론 근력까지 떨어져 더 피곤하게 되는 피로의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단계별로 운동량을 늘려가는 다단계 운동 치료를 통해 만성피로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운동은 처음에는 주 3회 이상 30분 정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운동습관이 생기면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면 된다. 실내에서보다는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 훨씬 피로감이 덜하고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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