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법
최근 암은 조기 발견 노력과 치료 기술의 발달로 ‘불치병’에서 ‘만성병’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의 암 치료에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 하는 생존율 못지않게 ‘어떻게 잘 사느냐’ 하는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의사는 물론 암환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신체상태뿐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암 진단 이후의 일반적 정서반응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보이는 정서적 반응은 크게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초기 반응 단계는 암을 진단받은 지 일주일 이내에 부정, 불신, 절망 등을 경험하는 시기다. 일부 환자는 심한 불안 때문에 검사나 치료 방법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수도 있다.
두 번째 단계는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시기다. 이 시기 환자들은 암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우울, 불안, 불면, 집중력 장애, 식욕부진 등이 1~2주 지속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어한다.
세 번째는 적응 단계로 진단 및 치료 과정을 받아들이고 환자마다 자신의 대처방식을 찾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단계다.
이러한 3단계는 병이 악화되거나 재발할 때 반복돼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암환자들은 흔히 ‘4D’라고 불리는 죽음(Death), 장애(Disability), 의존(Dependence on others), 외모 변화(Disfiguration)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며 심리적·존재론적 위기를 겪는다.
암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정신과적 문제
암환자의 50~70%가 암과 관련해 겪는 어려움 때문에 불면, 불안, 우울 등이 생기는 적응장애를 경험한다. 또 암환자의 10~20%에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동반한다. 이때는 기분 저하, 의욕 감소, 불면증과 더불어 식사를 못하거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는 등 다양한 신체증상을 겪게 된다.
이 밖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 암 재발과 전이에 대한 불안,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앞으로 닥쳐올 변화와 고통에 대한 걱정 등이 많아지고 작은 신체적 변화에도 큰 병이 아닐까 지나치게 걱정하는 불안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가족들이 환자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치료진이 일부러 잘못된 치료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심한 경우 누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피해망상을 보이기도 한다.
암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럴 때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다음의 경우엔 반드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1) 만사가 귀찮고 흥미가 없을 때
2)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안할 때
3) 쉽게 피곤해지고 무기력할 때
4)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5) 사소한 일이 자꾸 생각나고 걱정될 때
6) 어떻게 해야 할지 몹시 망설여지고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7)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날 때
8)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9)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10) 검사상 별문제가 없는데도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신체증상이 있을 때
암에 걸렸을 때 환자가 실천해야 할 행동
암환자가 투병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1) 적절한 음식 섭취와 균형 잡힌 영양관리 : 암을 이겨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2) 운동하기 :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적절한 운동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3) 충분한 수면 :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건강에 필수다.
4) 하루 세 번은 반드시 웃기 : 웃음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준다.
암환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마음가짐
1)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기 :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자꾸 걱정하다 보면 지금의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현 상황에서 의미를 찾아보자.
2) 감사하는 마음 갖기 : 아플 때는 원망스러운 마음, 화나는 마음, 서글픈 마음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마음들은 환자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한다. 반대로 감사하는 마음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준다.
3) 암으로 인해 얻은 것 떠올려보기 : 잃은 것만 생각하면 늘 불행의 연결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이 암에 걸린 뒤 새로 깨닫게 된 것과 얻은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자.
4) 불안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는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기억 속 한 장면을 떠올려보기 : 명상, 근육 이완, 호흡요법, 요가 등이 도움이 된다.
5) 희망 갖기 : 절망은 치료의 적이다. ‘무조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도 얼마든지 있다. 작은 변화를 소중히 여기는 것, 가족들에게서 의미를 찾는 것 등이 가장 소중한 희망이다.
남궁 기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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