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기 발견은 이렇게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도….”
많은 암 환자가 이런 후회를 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암은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율이 높아진다. 발생률이 높은 6대 암은 대부분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이 개발돼 있어 일찍 발견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동아일보는 삼성암센터와 공동으로 ‘암, 조기 발견에 달렸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암 종류별로 조기 발견법과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고 체계적인 암 검사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5회에 걸쳐 알아본다.
회사원 김영길(46·서울 강동구 천호동) 씨는 지난해 초 건강검진을 처음 받은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내시경 검사에서 혹이 발견됐고 조직검사 결과 조기 위암 판정을 받은 뒤 외과에서 위암 수술을 무사히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김 씨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오다가 가족들의 계속된 권유로 검사를 받게 됐다”면서 “평소 술자리가 잦았고 20년 이상 담배를 피웠으면서도 건강을 과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암 90% 완치… 40대 되면 정기검진을
김 씨는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상당수의 환자는 조기 검진을 소홀히 해 말기에 암이 발견된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90% 정도 완치가 가능하지만 말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은 12%로 떨어진다.
심영목 삼성암센터장은 “암의 조기 발견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40대에 접어들었거나,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거나, 간염 등이 있는 고위험군의 사람들은 체계적인 암 검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
암을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암 완치율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암의 진행 정도다.
초기암의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2기에는 60∼70%, 3기에는 30∼50%로 떨어지고, 4기가 되면 완치율은 20%를 넘지 못한다.
조기 검진만 잘해도 10년 뒤 암 사망률이 약 30% 감소하고, 6대 암 중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모두 효과적인 조기검진법이 잘돼 있어 조기 발견으로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40세 이상에서 2년마다 위내시경검사 또는 위장조영촬영술을 받도록 한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6개월마다 간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은 50세 이상에서 5년마다 대장내시경검사 또는 대장조영촬영술을 받도록 한다.
40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2년마다 유방촬영술과 유방진찰을 받고 유방암 여부를 알아보도록 한다.
자궁경부암이 걱정된다면 매년 자궁경부질세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첨단 영상기기로 조기 발견
암 진단에 주로 사용되는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은 종양 크기가 1cm 이상, 무게 1g 이상이 돼야만 식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때는 벌써 암세포 수가 이미 10억 개를 넘은 상태이다. 종양 크기가 1cm 미만일 때 조기에 발견하려면 첨단 기능을 갖춘 영상기기를 이용해 검사하는 것이 좋다.
조기 발견이 힘든 것으로 알려진 폐암은 저선량 CT를 이용하면 기존 X선 촬영보다 7배 이상 조기 발견율이 높아진다. 저선량 CT는 기존 CT의 방사선량을 10분의 1 정도로 줄인 것으로 3mm 이상의 폐암 조직을 발견할 수 있다. 비용도 10만 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다. 저선량 CT는 폐암의 고위험군인 45세 이상의 흡연자라면 1년마다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양전자단층촬영(PET)은 특정 세포를 찾았을 때 색깔이나 빛을 발산하는 영상표지자를 환자의 피 속에 넣고 촬영하는 방식이다. 암이 있는 부위를 발견하면 영상으로 표시되며 0.1mm 크기의 작은 종양도 발견할 수 있다.
‘암 추적 레이더망’으로 불리는 PET-CT도 암 조기 발견에 이용된다. PET-CT는 기존 PET가 CT나 MRI에 비해 암이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으나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점을 보완한 것이다. 폐암 식도암 유방암 갑상샘암 자궁암 뇌종양 등의 조기 진단, 주변 장기 전이, 재발 여부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비용은 10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다만 PET-CT는 움직임이 많은 위장, 대장, 신장 검사에는 적당하지 않다.
○ 전립샘 암, 혈액검사로 진단
암이 증식하면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암이 있으면 이 물질이 혈액 속에 많이 나타나므로 혈액검사에서 그 수치가 높아진다. 몸 안에 암이 있을 확률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이처럼 암의 존재를 알려 줄 수 있는 모든 물질을 ‘암(종양) 표지자’라고 한다. 현재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샘암 간암 췌장암 폐암 위암 등에서 혈액검사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암 진단에 사용되는 혈액검사 중에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전립샘암 검사(PSA)가 유일하다. 다른 암 표지자는 암뿐만 아니라 염증, 단순 혹 등이 있을 때도 증가할 수 있다.
혈액 한 방울로 모든 암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혈액검사는 실제 대단위 임상 환자 대상 연구 결과에서는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과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도움말=박연희 혈액종양내과, 김병태 핵의학과, 김종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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