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와 혼동하기 쉬운 병
환자 절반은 감기 아닌 다른 병
레지오넬라증, 몸살감기와 비슷
여름철 감기에 걸렸다는 사람 중 상당수는 감기가 아닌 다른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강남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박성학 교수는 "여름 감기 환자의 절반 이상은 단순감기가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부비동염(축농증), 기관지염과 같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의사들조차 감기와 이런 병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열 나고 콧물이 흐르면 그냥 감기로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감기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고, 또 저절로 낫지만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 알레르기 비염 등을 방치했다간 병을 키울 수 있고, 심하면 장기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콧물, 코 막힘, 재채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비염은 코감기와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증상이 감기처럼 심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곰팡이, 집 먼지 진드기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불결한 에어컨 필터도 알레르기 비염의 중요한 원인물질이다.
천식은 기침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기관지와 코가 간질거릴 정도의 기침만 난다면 단순 감기일 가능성이 크지만 호흡곤란과 함께 가래가 끼어 목에서 쉰 소리가 난다면 천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레지오넬라증은 몸살감기와 비슷하지만 잘 낫지도 않고 발견도 어렵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 냉방설비용 냉각탑의 수조에 서식하고 있다가 에어컨을 가동하면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는 박테리아로,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발생하며, 폐렴이 동반될 경우 치사율이 39%에 이른다. 두통, 근육통과 함께 오한, 발열, 복통, 설사 증세가 나타나므로 여름 감기몸살로 보고 치료를 미뤘다가는 폐렴까지 쉽게 진행된다. 단, 가정용 에어컨은 레지오넬라균 서식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에어컨과 가습기에 서식하는 미생물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폐의 염증을 유발하는 '과민성 폐장염'도 감기와 증상이 엇비슷하다. 처음엔 열과 오한, 기침 증세가 나타나다가 숨쉴 때마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며 가슴이 조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잦은 기침 때문에 냉방병이나 여름감기로 생각하기 쉬운데, 폐렴 위험이 크므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의사들도 증상만 보면 과민성 폐장염과 천식, 기침감기가 헷갈리므로 폐 기능 검사 등 정밀검진을 한 후에야 병명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