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질환을 보면 내 질병이 보인다
대장암 30%는 가족력
당뇨병은 ‘예비 환자’
가족은 유사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사는 환경이 비슷하다. 운동·식사습관 등 라이프 스타일이 닮았다. 흡연·음주 습관도 대를 잇는 경우가 많다. 가족 구성원끼리 특정 질환(가족력 질환)을 공유하는 것은 이래서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2명 이상일 경우 그 질병을 ‘가족력 질환’이라고 한다.
가족력은 유전성과는 엄연히 다르다. 혈우병·페닐케톤뇨증·다운증후군·적록색맹 등 유전 질환은 100% 유전자 탓이다. 그러나 가족력 질환에서 유전자는 질병 발생에 조금 기여하는 정도다. 유전성 질환은 예방·치료가 어렵다. 반면 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 등 ‘후천적 유전자’를 바꾸는 것으로 예방 또는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심장병과 가족력=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최민규 교수는 “가족 중에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2배 높다”며 “흡연·고지혈증·고혈압·비만·운동부족에 가족력이 방아쇠 역할을 함으로써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족 중 남보다 이른 나이(남성 55세 이하, 여성 65세 이하)에 심장병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가 80세에 심장병으로 숨진 경우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족력이 없더라도 심장병에 걸리기 쉬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심장병 가족력이 있으면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 이하(가족력이 없으면 1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가족력이 있으면 남보다 빨리 고혈압 약이나 아스피린이 처방된다.
심장병의 원인 중 하나인 고혈압도 가족력에 영향을 받는다. 부모 모두 정상일 땐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면 50%까지 올라간다.
◇당뇨병과 가족력=선진국에선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으면 ‘당뇨병 예비 환자’라고 부른다.
실제 당뇨병이 부모 어느 한쪽이라도 있으면 자녀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15~20%에 달한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엔 30~40%로 높아진다.
당뇨병의 대물림 경향(유전적 소인)은 1형(소아형)보다 2형(성인형, 국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이 2형)에서 더 뚜렷하다. 유전적으로 같은 사람인 일란성 쌍둥이를 보자. 한 명이 1형 당뇨병을 앓으면 다른 한 명에게 1형이 발병할 확률은 50%다. 2형 당뇨병에선 이 수치가 90%로 올라간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다 해서 모두 당뇨병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안유헌 교수는 “당뇨병 가족력이 있으면 식사·체중 관리·규칙적인 운동·절주·금연을 남보다 일찍 시작하고, 피로·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과 가족력=대장암·유방암·폐암·난소암·전립선암·갑상선암·위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대장암 환자의 3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건 가계 내에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가족성 대장암으로 분류된다. 가족성 대장암의 경우 유전자엔 문제가 없다. 부모의 대장암 유전자가 자식에게 전달돼 발병하는 유전성 대장암과는 다르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0세 이후 매년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어도 MRI·유방촬영술 등 검사를 남보다 더 자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위험도가 극히 높은 여성에겐 타목시펜이란 약을 예방 목적으로 처방한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남성은 일반인보다 빨리 PSA 등 암표지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암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에게서 발생하므로 가족력이 없다고 무작정 안심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간에 공유하기 쉬운 가족력 질환
-암:유방암·난소암·대장암·자궁내막암·갑상선암·대장 용종 등
-생활습관병:비만·당뇨병·심장병·고혈압·고지혈증 등
-정신과 질환:우울증·학습장애·정신적 성숙 지연·정신분열증 등
-기타:신장질환·골다공증·천식·관절염·불임 등
◇이른 나이에 발생하기 쉬운 가족력 질환
-45∼50세나 그 이전의 유방암
-45∼50세나 그 이전의 대장암
-45∼60세나 그 이전의 전립선암
-55세 전의 시력 상실
-50∼60세나 그 이전의 청력 상실
-60세 전의 치매
-40∼60세나 그 이전의 심장병
-60세 전의 뇌졸중
자료:미국의사협회·미국 메이요클리닉
◇가족력 질환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소식한다:당뇨병·비만·고지혈증·유방암·전립선암 예방
-싱겁게 먹는다:고혈압·신장질환·위암 등 소화기암 예방
-절주한다:간염·간암·췌장염·췌장암 등의 예방과 발생 지연
-금연한다:고혈압·심장병·고지혈증·폐암 예방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동맥경화·심부전증·고혈압·당뇨병 예방
-규칙적으로 운동한다:고혈압·당뇨병·척추질환·천식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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