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프고 저리면 발목 혈압 재보세요
말초혈관 동맥질환 예방·치료법
60대부터 발병… 방치시 팔·다리 썩을 수도
흡연자, 비흡연자보다 위험률 2~25배 높아
최모(66)씨는 얼마 전부터 길을 걷다가 다리에 심한 통증이 와 갑자기 주저 앉을 뻔한 경험을 가끔 하고 있다. 젊을 때부터 담배를 피워왔고, 콜레스테롤이 좀 높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뇨병이나 신경통을 앓은 적은 없었다. 병원에 갔더니 다리 말초혈관 동맥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주로 심장 관상동맥이나 경동맥 등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동맥경화증이 팔, 다리 등의 말초 혈관에 생기는 이유가 뭘까?
혈관에 피떡(혈전) 등이 달라붙어 혈액의 흐름을 막는 것이 죽상경화증, 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을 동맥경화증이라고 하며 이들을 합쳐 동맥질환이라고 한다. 이는 심혈관이나 뇌혈관은 물론 팔, 다리 등의 말초혈관에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말초동맥 질환을 겪는 사람 대부분이 다리가 아프거나 저린 증상을 늙어서 자연히 나타나는 것쯤으로 가볍게 생각해 병을 키우기 쉽다는 것. 하지만 말초혈관 동맥경화증을 놔두면 혈관이 막혀 나중에는 팔, 다리가 썩어 들어갈 수도 있다. 연세조홍근내과 조홍근 원장은 "심장 관상동맥 질환은 주로 40대부터 많이 발생하지만, 말초혈관 동맥질환은 주로 60대부터 나타난다. 따라서 말초혈관 동맥질환이 있으면 관상동맥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리가 아프면 다 말초혈관 동맥경화증일까?
다리가 아프거나 저린 증상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것이 말초혈관 동맥경화증 외에 당뇨병성 신경합병증, 관절염, 디스크, 섬유근육통증후군 등이다. 이 중 말초혈관 동맥질환과 가장 혼동하기 쉬운 것이 당뇨병성 신경염.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합병증은 주로 가만히 있을 때 통증이 심하므로 밤에 아픈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증 부위도 양말이 닿는 부위에 주로 집중된다. 또 대개 양쪽 발이 동시에 아프다. 반면 말초혈관 동맥질환은 걸을 때, 어느 한 쪽 다리만 아픈 경우가 많다. 또 아픈 다리 피부색이 퍼렇거나, 창백해 보이기도 한다.
심장 관상동맥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콜레스테롤이지만 말초혈관 동맥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과 고혈압이 꼽힌다. 그밖에 50세 이상 연령, 당뇨병, 과체중, 운동부족, 고지혈증, 심혈관 가족력 등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혈압계를 발목에 둘러 잰 혈압을 팔 혈압으로 나눈 수치 '발목·팔 혈압지수(ABI)'가 1~1.3 범위 안이면 문제가 없으나, 이보다 적거나 많으면 다리 혈관에 죽상경화증이나 동맥경화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말초동맥 질환을 방치하면 3~4명에 1명꼴로 말초 동맥이 완전히 막힐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완치가 힘들며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말초혈관 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2~25배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도 권장된다. 미국 내과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용량 아스피린은 말초혈관 동맥질환의 진행을 막으며, 치료 후 재발과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춘다. 말초혈관 동맥질환이 있을 때 다리가 아프고 저리다는 이유로 운동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회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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