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회복에 좋은 운동, 이렇게
관상동맥 질환으로 심장수술을 받고 퇴원한 강모(57ㆍ여) 씨는 가벼운 운동이 회복에 좋다는 말에 되도록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설거지나 걸레질도 스스로 하고 틈틈이 가볍게 산책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하던 대로 손자 목욕을 시켜주던 강씨는 갑자기 심장의 통증을 느껴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수술부위 이상은 없었으나 강씨는 의료진으로부터 “걸레질이나 손자 목욕시키기 등은 강도 ‘중’에 해당하는 운동량이므로 자칫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는 충고를 들었다.
오르막길 걷기는 고강도 운동
운동이 심장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8일에는 심장수술을 받은 이후에라도 가볍게 운동을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벼운’ 운동강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쉽다. 특히 수영이나 테니스 등이 중강도 이상의 힘든 운동이라는 것은 잘 알면서도, 걸레질이나 오르막길 걷기 등의 일상생활 속 활동이 이와 비슷한 강도라는 사실은 쉽게 간과해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림대의료원 춘천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최은희 교수팀이 경피적 관상동맥혈관성형술을 받고 퇴원한 지 1주 이내의 환자 6명을 대상으로 3일 동안 24시간 원격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초기 운동강도 허용치인 3.0METs를 크게 웃도는 활동이 하루 17.2회 관찰됐고 초과시간은 최고 78분까지 나타난 것으로 9일 밝혔다. 최은희 교수는 “퇴원 후 수술 전 하던 운동 강도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언덕길을 무심코 오르는 등 약한 심장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MET는 운동강도가 안정 시 대사량의 몇 배인지 알려주는 단위로 1MET는 안정 시 평균 산소소비량인 3.5ml/min/kg를 나타낸다.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는 보통으로 걸을 때의 운동강도인 3.0MET을 넘지 않도록 권고되고 있다. 그런데 빨리 걷기는 4.0, 오르막길 오르기 6.0, 계단 오르기와 자전거 타기는 8.0, 주부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걸레질이나 유리창 청소, 빗자루질도 3.3~3.5METs에 해당해 무심코 계속할 경우 심장에 무리를 줘 응급상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부터 늘이고 강도 서서히 높여야
이렇게 3.0METs가 넘는 강도의 운동을 할 경우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혈액공급이 필요하게 되는데, 심혈관이 좁아진 심장병 환자나 심장기능이 저하돼 있는 심부전 환자에게 이러한 과부하는 심장기능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 최은희 교수는 “운동 중 급사하는 경우는 대부분 심장병이 원인이며, 심장병 환자가 운동 중 심장마비가 일어날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100배나 높다”면서 “특히 고강도 운동을 할 때는 이러한 위험성이 2~6배나 증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신의 심장기능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하는 것은 심장병 환자의 사망률을 30% 이상 감소시킨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강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3~4METs에 해당하는 저ㆍ중강도의 일상활동은 샤워, 다림질, 보통 속도로 걷기, 장보기 등이 있다. 유산소운동으로는 가벼운 수영이나 고정식 자전거, 트레드밀 걷기는 도움이 되지만 달리기나 구기운동은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 또한 역기 등의 중량운동이나 줄다리기 등의 무산소성 운동은 퇴원 후 한 달까지 금하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자의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강도를 서서히 높이는 것이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통해 미리 심장을 움직여주고 적당한 강도로 10~15분에서 시작해 30~60분 사이로 시간을 먼저 늘린 후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또한 갑자기 추위나 더위에 노출되면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지므로 새벽이나 아침시간 운동은 피한다. 같은 이유로 운동 후 찬물 샤워나 사우나는 절대 피해야 한다다. 만일 운동 후 10분쯤 지나 숨이 차고 빈맥(100회/분)이 관찰될 때는 즉각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는다.
최은희 교수는 “정기적으로 운동부하검사를 비롯한 기초체력 검사를 실시하고 운동처방을 받아야 한다”면서 “특히 퇴원 초기나 운동강도를 조절하는 시점에선 24시간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맥박수, 혈압, 심전도 등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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