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8일 월요일

잇몸병 방치땐 심장질환-당뇨병 걸린다

잇몸병 방치땐 심장질환-당뇨병 걸린다


《평소에 잔병치레 한번 하지 않는 주부 이모 씨(30). 최근 병원에 가본 기억도 없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이 있다. 그런 이 씨가 최근 치아 건강이 나빠졌다.

식사할 때마다 치아가 살짝 아프다. 칫솔질을 할 때는 잇몸에서 피가 났다.

걱정은 앞서지만 치과에 가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치과란 간판만 봐도 겁이 났다.

잇몸이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니니 참고 지냈다. 통증은 하루가 다르게 심해졌다. 결국 치과를 찾았다.

이 씨는 심한 잇몸병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잇몸병(치주질환)은 천천히 진행된다. 그 때문에 많은 환자가 치아가 빠질 정도로 심각하게 잇몸이 파괴된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다.

지난해에만 670만 명의 환자가 잇몸병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료 건수만 1400만 건. 감기를 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병이다. 》

대한치주과학회는 24일을 제1회 ‘잇몸의 날’로 정했다. ‘이(2) 사(4)이에 끼여 있는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자’는 의미에서다. 대한치주과학회의 도움말로 건강한 잇몸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을 알아본다.

▽잇몸병은 전신질환의 원인=잇몸병은 치아를 감싸고 있는 치조골이 부실해지거나 치조골, 치은(잇몸)과 같은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풍치라고도 부른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칫 치아를 잃을 수도 있다.

잇몸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치아 표면에 생기는 치태(플라크)다. 치태가 제거되지 않고 치아 표면에 남아있으면 점차 딱딱해져 치석이 된다. 치태와 치석 속에 있는 세균들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킨다.

잇몸병이 다른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준봉 대한치주과학회 회장은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잇몸 속의 혈관으로 침투하면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심장질환이나 폐질환을 일으킬 때도 있다”며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당뇨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칫솔 생활습관을 바로잡자=입 안에는 세균이 생기기 쉽다. 식사 후나 취침 전 이를 닦지 않으면 세균은 치아나 잇몸에 달라붙는다. 잇몸병으로 이어지는 것.

특히 취침하기 전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는 침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입 안의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칫솔질을 할 때는 당연히 치아의 모든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치아 안쪽 면을 소홀하게 닦는다. 아예 처음부터 치아의 안쪽 면을 닦고, 그 뒤에 바깥 면과 씹는 면 순으로 닦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칫솔질은 치아만 닦는 게 아니다. 잇몸도 닦아줘야 한다. 잇몸을 마사지하고 잇몸에 남아있는 치태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치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치실을 30∼60cm로 잘라 양쪽 중지에 감고 치아 사이에 걸고 상하로 5, 6회 움직인다.

잇몸병이 어느 정도 진행돼 치아 사이 공간이 클 때에는 칫솔질만으로는 음식물이나 치태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힘들다. 이때는 치간 칫솔을 같이 사용해 주어야 한다. 칫솔질이 다 끝난 후에는 혀 클리너로 혀를 깨끗이 닦아야 구취를 예방할 수 있다.

김남윤 대한치주과학회 섭외이사는 “칫솔질을 할 때 3분 이상 닦는 게 중요한데 화장실에서 거울을 쳐다보며 닦으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면서 “아예 거실로 나와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칫솔질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잇몸병 관리는 어떻게=칫솔질은 치태를 제거해 잇몸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은 방법이지만 때로는 완전하게 치태를 없애지 못한다.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는 게 좋다. 잇몸병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3∼6개월 간격으로 스케일링을 받도록 하자. 잇몸병이 없어도 매년 1, 2회 스케일링을 받으면 병의 예방이 가능하다. 스케일링을 처음 받을 때는 통증이나 출혈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곧 괜찮아진다.

술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의 진행속도를 올린다. 흡연도 잇몸 염증의 적이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가 잇몸병에 걸릴 확률은 평균 4배 높다.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술과 흡연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잇몸병 치료제는 신중히 써야 한다.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김태일 교수는 “치과에서 검사를 한 뒤 잇몸 상태에 따라 치료를 받으면서 그에 맞는 약을 먹어야 약효가 높다”고 말했다. 잇몸의 염증을 치료하지 않고 약만 함부로 먹지 말라는 얘기다.

몇 년 전 국내에서도 상영된 영화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에서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전동식 칫솔로 양치질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전동 칫솔도 건강한 잇몸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칫솔이 위아래, 앞뒤로 회전하며 진동하기 때문에 노약자들이 사용하기에 특히 좋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