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2003년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생명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80.1세, 남성은 72.84세다. 영아사망, 암이나 교통사고 사망이 ‘평균 값’을 깎아 내렸는데도 이 정도니, 웬만한 사람은 평균 수명보다 10년 이상 더 살게 된다. 평균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누구나 100세를 사는 시대도 이제 멀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은 아직 ‘100세 시대’를 잘 실감하지 못한다. “노년을 위해 건강 조심하라”고 하면 “적당히 살다 죽을테다”라고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한다. 실로 엄청난 착각이다. 100세 시대란 아프다고 자기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의학의 발달로 이제 병에 걸려도 죽지 못하고 병든 상태로 살아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이 100세 시대의 특징이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엔 건강도 작전이 필요하다. 60년 또는 70년 살 때와 100년 살 때의 인생계획이 같을 수 없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어쩌면 60년은 그럭저럭 살 수 있을 지 모른다. 장기나 조직이 망가질 때쯤 사망하므로 본인이 치러야 하는 댓가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100년은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계획을 세우고 알들살뜰 아끼고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 몸의 여러 부속품은 절대 100년을 버틸 수 없다. 그런 사람은 그렇게 망가진 몸으로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타이어가 펑크났거나, 문짝이 하나 떨어져 나갔거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젊었을 때부터 마치 자동차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듯 세심하게 건강을 관리하고, 몸을 아껴야 한다.
평균 수명의 연장에 따라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관절이다. 관절을 많이 사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뼈와 뼈를 연결하는 연골이 닳거나 관절을 이루고 있는 조직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것이 관절염이다. 60~70년만 산다면 50~60대에 관절염이 와도 10년쯤은 참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시대다. 어떻게 30~40년을 앉거나 누워서 지낼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최근 인공관절 수술이 도입돼 망가진 관절을 갈아 끼울 수 있다지만, 노년에 뼈를 갈아 끼우는 큰 수술을 받는다는 게 예삿일이 아니다. 어떻게든 관절을 아끼고 잘 관리해서 제 관절로 제 수명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의 몸은 200개가 넘는 뼈로 구성돼 있는데, 뼈의 크기와 상관없이 뼈와 뼈가 이어지는 곳엔 어디나 관절이 존재한다. 엉덩이, 무릎, 발, 어깨, 팔꿈치, 손, 목, 척추 등에 관절이 있으며, 심지어 두개골이나 갈비뼈에도 관절이 있다. 관절의 도움으로 사람은 아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움직일 수 있다. 만약 관절이 손상되거나 제 역할을 못한다면 사람의 동작은 영화 속 로봇처럼 각이 지고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관절은 또 뼈와 뼈 사이 완충역할을 함으로써 뼈가 마모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도와 준다.
먼저 관절의 구조를 살펴보자. 뼈와 뼈가 맞닿는 곳, 즉 뼈의 제일 끝 부분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끄러운 연골, 즉 물렁뼈로 덮혀 있다. 70~80%가 물인 연골은 충격을 흡수할 뿐 아니라, 뼈와 뼈가 서로 맞닿아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 뼈에는 질기고 단단한 인대가 붙어 있어 서로 떨어진 뼈와 뼈를 연결시켜 준다. 만약 인대가 손상을 입으면 뼈와 뼈의 고정력이 약해져 뼈가 흔들리게 된다. 관절낭은 뼈와 인대를 둘러싸고 있는 아주 질긴 주머니다. 관절낭 안에는 마치 자동차의 윤활유처럼 아주 미끈거리는 관절액(활액)이 가득차 있는데, 관절액은 관절낭 속 활막이란 조직에서 생산된다.
한편 관절낭 밖은 근육이 감싸고 있는데 근육은 관절 주변의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을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제공한다. 근육 끝에는 힘줄이 붙어 있어 근육과 관절을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관절낭과 근육 사이에는 점액낭이란 작은 주머니가 있는데, 여기서도 일종의 윤활유가 분비돼 관절과 근육의 마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것 같지만 관절 하나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조직이 서로 힘을 합하고 있다.
관절염에는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성 관절염, 화농성 관절염 등이 있다. 염증이란 생체조직이 외상, 화상, 세균침입 등으로 인한 손상을 입었을 때 체내에서 일어나는 방어적 반응으로, 충혈, 부종, 발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관절염의 경우 관절이 뻣뻣해 지는 증상이 추가된다. 흔히 염증이라면 고름을 먼저 떠 올리지만, 고름이 있는 관절염은 화농성 관절염 뿐이며, 나머지 관절염은 고름 없이 염증현상만 나타난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살펴보자.
먼저 퇴행성 관절염은 글자 그대로 노화 때문에 생기는 관절염이다. 차를 오래 타면 타이어가 마모되는 것처럼 관절을 많이 사용하면 연골이 마모돼 관절염이 유발된다. 물론 젊었을 때도 마라톤과 같은 과격한 운동을 하면 연골이 마모되지만, 이때는 웬만큼 닳아도 금방 재생되므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닳기만 하고 재생은 안돼, 연골이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지 못하고 얇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40세 이후 관절연골의 마모가 시작되며, 70세쯤 되면 대부분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 이들의 무릎 등을 엑스선 촬영하면 연골이 심하게 마모돼 있고, 뼈 끝이 매끈하지 않고 우툴두툴하게 ‘군 뼈’가 생겨 있는 게 특징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두 번 째 원인은 관절의 과도한 사용이다. 아무리 새 타이어라 해도 매일 서울 부산을 왕복한다면 빨리 닳을 수 밖에 없다. 또 아스팔트가 아닌 비포장 도로를 매일 주행하는 자동차처럼 관절에 무리한 충격을 주는 경우에도 연골이 마모돼 퇴행성 관절염이 유발된다.
셋째는 부상이다. 관절은 다른 인체조직과 달리 ‘형상기억장치’가 없는 부위다. 대부분의 인체 조직이 손상을 당하면 원래대로 재생되지만, 관절을 다치면 원 상태로 매끈하게 회복되지 않고 관절면이 우둘투둘해지기 때문에 관절염이 유발된다.
넷째는 비만이다. 운전자 한 사람만 탄 차와 사람과 짐을 가득 실은 차의 타이어 마모 상태가 같을 수가 없다. 당연히 사람과 짐을 많이 실은 차가 타이어도 많이 마모된다. 마찬가지 원리로 살이 많이 찐 사람은 관절이 받는 충격도 그만큼 크므로 관절이 빨리 망가지게 된다.
다섯째는 성별이다. 똑 같이 나이를 먹는데도 남자보다 여자에게 퇴행성 관절염이 3~4배 많이 발병한다.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여자들은 관절이 남자보다 작은데다 관절에 부담이 되게 쪼그려 앉아 가사 노동을 많이 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여섯째는 유전적 성향이다. 나이, 체중, 부상 경험 등 다른 조건이 똑 같은 데도 어떤 사람은 퇴행성 관절염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는 이유는 유전적 성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관절에 무리를 주는 과격한 운동을 삼가하고, 관절에 부상을 입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스키, 스노우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농구, 등산, 마라톤 등은 관절을 다치기 쉬운 운동이므로 이 운동을 할 때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서 관절을 풀어주고, 관절 보호대를 착용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현미경으로 사람의 관절을 들여다보면 50대 이상은 누구나 무릎 연골에 조금씩 금이 가 있다. 따라서 이 연령대의 사람들은 관절에 과도한 충격을 주는 운동을 삼가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신력을 앞세워 ‘악으로 깡으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동남아나 중국 등지로 골프 투어를 가서 2~3일간 하루에 36홀, 심지어 54홀씩 라운딩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을 무박(無泊) 산행한다고 깜깜한 밤중에 산 길을 걷는 사람도 많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가 되는 법이다. 이런 행동들은 관절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40대 이상의 중년인은 절대 삼가해야 한다. 젊었을 때 생각만 하고 “내가 이래뵈도...”하며 힘자랑을 하려 드는 사람이 많은데, 현명한 사람은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과 사고를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관절을 적절하게 움직여서 관절을 구성하는 인대와 근육과 힘줄 등을 단련시키는 것도 관절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키 포인트 중 하나다. 연골이 닳아 퇴행성 관절염이 생긴다고 설명하면 “그렇다면 걷지도 뛰지도 말고 앉아만 있을까요”하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자동차를 아낀 다고 너무 오랫동안 세워 두면 부품에 녹이 슬어 망가지는 것처럼 관절도 사용하지 않으면 뻣뻣하게 굳어 문제를 일으킨다. 오십견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 적당히 움직여서 자극을 줘야 관절의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연골이 튼튼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관절은 항상 제 운동범위만큼 충분히 움직여 굳어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맨손체조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온 몸의 관절이 굳어 있으므로 맨손체조로 온 몸의 관절을 충분히 풀어준 뒤 일상생활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설문조사를 해 보면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게 맨손체조다. 매일 아침 걷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도 맨손 체조를 건너 뛰는 경우가 많다. 맨손체조는 운동하는 기분도 나지 않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맨손체조야 말로 그 어느 운동보다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운동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그 외에도 항상 표준 체중을 유지해서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여야 하며, 쪼그려 앉거나 엎드려 걸레질 하는 것처럼 관절에 부담을 주는 나쁜 자세를 고쳐야 한다. 차렷자세처럼 고정된 자세를 오랫동안 취하고 있는 것은 관절에 부담이 되므로 자주자주 자세를 바꿔 주는 게 좋다. 또 관절은 추울 때 손상을 더 쉽게 받으므로 몸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관절을 아끼는 방법 중 하나다.
퇴행성 관절염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증상을 방치하거나 잘못 치료하면 관절이 기형적으로 뒤틀리게 된다. 무릎 관절이 뒤틀려 다리가 O자형으로 굽은 할머니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지면 이렇게 된다. 이때는 보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므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결론’은 아니다. 적절한 운동, 물리치료,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 조절이 가능하며, 인공관절수술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우선 관절염이 시작되면 환자는 움직여야 한다.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이 더 굳어지므로 가벼운 통증은 참고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 맨손체조나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좋다. 그러나 운동 뒤 관절이 아프거나 붓는다면 운동이 지나친 경우므로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또 관절염 증상이 급성으로 나타날 때 운동하면 증상이 악화되므로 이 때는 가급적 움직이지 않고 관절을 쉬게 해야 한다. 급성기 관절염에는 냉찜질로, 만성기엔 온찜질로 관절을 보호하는 게 좋으며, 파스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치료가 시작되면 의사를 믿고 약물치료를 받고 필요하다면 관절주사도 맞아야 한다. 관절염에 사용되는 약물은 아스피린,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콕스2억제제 등 다양하다. 또 가장 많이 쓰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의 경우도 인도메타신, 펠덴, 썰감, 낙센, 볼타렌 등 종류가 무수히 많다. 이 약들은 환자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나므로 환자는 의사와 상의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선택해야 한다. “관절염 약은 속을 버린다”는 얘기를 자꾸 퍼트려선 안된다. 최근 개발된 콕스2억제제의 경우 위장장애가 거의 없으므로 의사가 처방한 기간동안 처방한 용량을 정확하게 복용해야 한다.
“뼈 주사는 부작용이 심하니 가급적 안 맞는 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뼈 주사’란 스테로이드 성분을 뼈가 아닌 관절 내부에 주입하는 치료로, 최악의 경우 뼈가 죽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큼 관절의 통증과 부종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없다. 따라서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의사의 처방을 불신하고 거부해선 안된다. 효과와 부작용의 함수관계를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의사다.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 등 관절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천연 아미노당인 글루코사민은 연골, 손톱, 피부, 머리카락의 구성 성분이다. 연골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세계보건기구도 ‘관절염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글루코사민은 비타민C나 망간과 함께 복용하면 더 흡수가 잘 되므로 이 성분이 첨가된 것을 복용하는 게 좋다. 상어, 가오리, 고래, 오징어, 해삼 등에 많은 콘드로이틴 성분은 연골에 영양을 공급해서 연골이 탄력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연골을 파괴시키는 효소를 억제하고, 염증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은 출혈, 인슐린작용 억제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복용시에는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관절액의 일종인 하이알루닌산을 관절 내부에 주사하는 것도 어느 정도 관절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으며, 관절의 부종과 통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보카도, 스쿠알렌 등이 퇴행성 관절염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충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지네나 고양이, 박쥐 등을 삶아먹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물리-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라도 관절경을 이용해 관절면이나 활액막에 웃자란 군더더기를 제거해 주거나(골극제거술), 관절 속 노폐물이나 찌꺼기를 제거하면(관절세척술) 효과적으로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관절경 수술도 받아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엉뚱하게 아군(我軍)인 우리 몸을 공격해 생기는 병이다. 즉 혈액 속 백혈구 세포가 관절과 관절 주위 근육, 인대, 뼈 등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초기 증세는 주로 손마디가 뻣뻣해지는 게 특징인데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심하며, 관절을 많이 움직이면 뻣뻣한 증세가 풀리게 된다. 처음엔 손마디만 뻣뻣하고 붓지만 조금 지나면 팔꿈치, 어깨, 무릎, 발목까지 염증이 침범하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 연골이나 주위 조직이 손상돼 관절마디가 휘어지거나 굳어지게 된다.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마귀할멈의 굳고 휘어진 손가락이 바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손이다.
퇴행성 관절염이 40대나 50대 이후에 주로 나타나는데 비해 류마티스 관절염은 30세 전후 비교적 젊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퇴행성 관절염이 몸의 한쪽 관절에서 시작되는데 비해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칭되는 몸의 양쪽 관절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은 손가락 발가락 어깨 등 온 몸 관절에 대부분 영향을 미치며, 붉은 반점이나 열,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 곳곳의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1시간 이상 아프고, 손이나 발가락 마디가 붓고 아픈 증세가 6주 이상 지속되며, 피로감, 미열,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있으면 빨리 류마티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류마티스 관절염 역시 치료가 쉽지 않다. 퇴행성 관절염에서처럼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 콕스2억제제 등의 약을 쓰는데 이를 ‘제1열 치료제’라 한다. 1열 치료제가 듣지 않는 경우엔 ‘제2열 치료제’라 불리는 항암제, 말라리아약, 금(gold) 등을 쓴다. 2열 치료제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매우 심하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도하에 복용해야 한다. 물론 퇴행성 관절염에서처럼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도 병행해야 한다.
한편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에도 약물치료가 듣지 않는다면 관절경 수술을 시행하며, 그래도 안되는 경우엔 인공관절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인공관절수술의 효과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통풍성 관절염이란 음식물 속에 포함된 ‘퓨린’이란 물질의 대사 장애로 혈중 요산치가 높아지고, 이 요산이 결정을 형성해 관절과 그 주위조직에 달라붙어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주로 발가락에 가장 많이 생기지만 손가락, 손목, 팔꿈치, 발목, 무릎 등에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요산수치가 높은 사람은 육류와 육류 내장(간, 뇌 등), 멸치, 청어, 고등어,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알콜 등을 삼가하는 식이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체중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화농성 관절염이란 수술이나 부상 등 피부의 상처를 통해 세균이 관절 안으로 침투하고 증식해서 관절조직을 파괴하는 병이다. 이때는 염증이 심해 고름이 생기게 된다. 주로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하며, 부상 등 사고 후유증으로 생기는 경우도 많다, 무릎 관절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엉덩이 관절, 어깨 관절에 나타나는 경우도 비교적 흔하다. 화농성 관절염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하면 관절은 물론 뼈까지 완전히 망가지므로, 이 병으로 진단되면 응급수술로 고름을 빼 내고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결핵성 관절염이란 결핵균이 관절에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다른 관절염과 달리 증상이 매우 서서히 진행되므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결핵약으로 치료한다.
관절염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병도 없다. 앞서 언급했듯 관절염은 완치가 매우 어렵다. 의사들의 처방도 일시적인 진통 효과 뿐이라 환자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 진다. 그 틈을 타서 근거도 없는 각종 민간요법들이 특효약으로 둔갑해 환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십수년전만 해도 관절염 환자는 십중팔구 고양이나 지네, 박쥐를 고아 먹었다. 관절이 좋을 것같은 동물을 먹으면 관절염이 낫는다는 ‘동종요법’적 믿음 때문이다. 또 한때 자기 오줌을 먹는 것과 포도를 줄기차게 먹는 방법이 유행했으며, 그 뒤에도 홍화씨, 오가피, 식물뿌리, 구리팔찌, 좌석요, 벌침, 뜸 등이 관절염 특효약으로 변신해 가난한 환자의 돈을 긁어갔거나 가고 있다.
민간요법이 횡행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의사보다 주변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귀울이기 때문이다. “낫기 힘들다”는 의사보다 “누구누구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낳았다더라”는 주변 사람을 더 믿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그 바람에 목욕탕 때밀이 아줌마와 미장원 미용사의 처방이 의사 처방보다 더 권위를 인정받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용사나 때밀이 아줌마를 주치의 삼았던 사람들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관절이 완전히 망가져 어떻게 손 써 볼 여지도 없는 상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정체 불명의 특효약이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관절염 증상을 일시에 없애주는 마법과 같은 약이다. 이 약만 먹으면 욱신욱신 지끈지끈 거리는 관절의 통증이 거짓말처럼 낫는다. 스테로이드 특효약을 파는 사람은 환자의 입에 입을 통해 ‘용하다’고 소문이 나고, 그래서 그 사람 앞엔 관절염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이 성분을 부적절하게 섭취하면 백내장, 골다공증, 고혈압, 당뇨, 비만, 피부 얇아짐, 출혈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된다. 약효가 뛰어난데도 의사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이유는 이같은 부작용 때문이다.
환자들 중 상당수는 관절염 약은 독해 속을 버리고, 한번 먹으면 인이 박혀 평생 먹어야 하며, 따라서 가급적 오래 버티다 늦게 약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죄다 환자를 골병들게 하는 잘못된 상식들이다. 물론 과거 관절염 약은 부작용 때문에 소화장애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작용 없고 효과적인 약들이 무수히 개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년전 입소문이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며 관절염 환자를 호도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지만 관절염 치료는 미장원이나 목욕탕이 아니라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관절염 치료의 첫 걸음은 ‘~카더라’는 소리에 귀를 막고 의사를 바라보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하는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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