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7일 수요일

[고혈압]“잘못된 습관부터 고치자”

[고혈압]“잘못된 습관부터 고치자”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국민질환’ 고혈압은 별다른 자각없이 생명을 빼앗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이후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겨울철 관리가 중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 배종화 이사장(경희대의대 내과 교수)은 “고혈압은 뇌출혈, 협심증, 심근경색증, 신부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40세 이상 성인들의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이사장은 “특히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2월 등 겨울철에 평균 10∼25%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정상혈압은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심장 밖 혈관으로 밀어낼 때의 압력(수축기 혈압)이 120㎜Hg 미만, 심장이 확장해 혈액이 혈관에서 유지될 때의 압력(이완기 혈압)이 80㎜Hg 미만인 경우다.따라서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40㎜Hg/90㎜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최근 미국고혈압합동위원회에서 발표한 고혈압치료지침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20∼139㎜Hg 또는 이완기 혈압 80∼89㎜Hg인 경우를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했다. 이 위원회는 이어 고혈압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압을 더 낮추고 고혈압 전단계이면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는 고혈압 약제를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오는 29일부터 12월5일까지 ‘제4회 고혈압주간’으로 선포하고 전국 규모의 건강강좌와 무료 진료상담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겨울이 더 위험한 고혈압=혈압은 여름철이 되면 떨어졌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급상승한다. 온도가 1도 내려 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정도 올라가고 이완기 혈압은 0.6mmHg 정도 높아지므로 기온이 10도 내려가면 혈압은 13mmHg나 올라가게 된다.

계절에 따른 혈압 변화는 정상인보다 고혈압 환자가, 일반 성인보다 노인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 마른 체형의 사람이 외부 온도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겨울철 추위에 노출되는 낮에는 외부로 열의 발산을 막아야하므로 체내의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반면 여름에는 열을 발산하기 위해 피부 쪽의 혈관이 확장되므로 혈압이 낮아지고 맥박수도 약간 빨라지게 된다. 따라서 겨울이라도 실내 온도를 조금 높이게 되면 혈압의 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다.

또 기온이 떨어지면 혈액이 진해지고 지질(물에는 녹지 않고, 유기용매에 잘 녹는 물질) 함량이 높아져 혈관수축이 촉진되면서 혈압 상승과 더불어 동맥경화증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한다. 겨울철 아침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아침에는 혈관수축이 활발해져 혈압이 상승하는데 여기에 차가운 바깥 날씨를 만나면 심장발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2000년∼2003년까지 4년간 뇌혈관질환, 허혈성 심징질환 등 고혈압성 질환으로 의한 사망자수가 가장 높았던 달과 가장 낮았던 달의 사망환자 수 차이를 알아본 결과, 겨울이 여름보다 평균 33%나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치료는 가능한가=현재로서는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게 고혈압이다. 환자의 90∼95%를 차지하고 있는 본태성 고혈압은 가족 중 고혈압 환자가 있거나 비만, 짜게 먹거나 스트레스, 고령, 흡연 등이 고혈압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약을 끊게 되면 다시 재발하게 되므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안정시 혈압이 160/100mmHg 이상 되는 고혈압 환자는 약물 요법을 시행한 후에 식이요법과 지구성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환자가 자신의 운동 능력에 맞게 3개월이상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하게 되면 수축기 혈압은 4∼9mmHg, 이완기 혈압은 3∼15mmHg 까지 내려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고혈압 환자는 운동을 하면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보다 혈압이 더 올라가기 때문에 운동 중의 수축기 혈압이 200mmHg 이상 올라가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역기 등 이용한 중량운동이나 단거리달리기 등과 같은 단시간에 큰 힘을 내는 운동은 말초 혈관 저항을 높여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키기 때문에 운동 중에 혈압이 적게 올라가는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

자신의 운동 능력에 맞는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3∼5회, 3개월 이상 규칙적으로 실천하게 되면 혈압은 서서히 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운동을 통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약물 요법으로 감소시키는 것과는 달리 심장과 폐기능이 향상되고, 혈관의 탄력성이 향상되고, 동맥 경화가 감소되는 등 신체의 모든 기능이 크게 향상되어 정상 혈압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은 이완기 혈압이 120mmHg 이상 되는 중증 고혈압 환자는 운동이 부적당하다.


◇혈압을 낮추는 생활습관=고혈압은 약을 먹는 것 외에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가지고 검사하고 조절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

외출 시에는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지 않게 번거롭더라도 한 겹 더 챙겨 입어야 한다. 추운 밤에도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덮는 것보다 얇고 가벼우며 보온성이 좋은 이불을 겹쳐 덮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에는 조심성 없게 일어나다가 발작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므로 언제나 이불 속과 방안의 온도 차가 적도록 난방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짜게 먹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소금 소비량은 20∼25g, 작은 차 숟가락으로 7∼8술 정도다. 그러나 혈압이 높다면 음식에 거의 간을 하지 않은 상태로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한국인이 소금을 많이 먹는 이유는 국물로 된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싱거운 국물이라도 전체적으로 섭취하는 소금의 양이 많아진다. 이렇게 하면 2∼3개월 후 수축기 혈압 8mmHg 정도 확장기 혈압 7mmHg 정도가 내려가 자연스럽게 치료약물의 양도 줄일 수 있다.


◇고혈압 환자 겨울철 안전하게 나기 10계명

▲ 혈압은 반드시 140/90 mmHg 미만을 유지한다.

▲ 외출 시에는 옷을 충분히 갖춰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 혈압이 정상보다 높을 때는 외출을 삼가 한다.

▲ 찬바람에 노출될 수 있는 새벽 운동이나 등산을 삼가 한다.

▲ 추위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 비만이 생기는 것에 주의한다.

▲ 연말, 연초 회식자리 등에서도 금연과 절주를 반드시 지킨다.

▲ 너무 깊지 않은 욕조에서 미지근한 물로 목욕한다.

▲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날 때 급하게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일어난다.

▲ 아침 대문 밖 신문을 가지러 갈 때 덧옷을 충분히 입는다.

▲ 어지럼증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느껴지면 곧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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