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증상 잘 알면 큰병 막을 수 있다
맘이야 한 아름 선물을 안고 고향을 찾고 싶다. 풍성한 한가위가 아닌가. 그러나 주머니가 너무 가볍다. 부모님께 건강검진 한번 못해 드리는 불효가 송구스럽다.
돈이 없다면 정성을 보태면 된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안색과 태도를 자세히 살펴보자. 병의 징후, 즉 전조증상이 보이면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중풍(뇌졸중) 전조증상은 보통 하루 만에 사라지기 때문에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30∼50%는 이틀 이내에 뇌중풍이 나타난다. 나머지도 안심할 수 없다.
▽어지러우세요?=“멀미하는 것 같아.”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도 어지러워.” “물건이 두 개로 보여.”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려.” “갑자기 말이 안 나오고 더듬거려.” “한쪽 눈이 잘 안보이고 흐릿해.”
어지러움과 관련된 뇌중풍의 전조증상들이다. 이 중 한두 개만 해당돼도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뇌중풍의 어지러움은 어느 정도일까. 한 환자는 “천장이 팽이가 돌 듯 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몸이나 머리를 움직일 때만, 앉았다가 일어설 때만 어지럽다면 귓속 평형기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어지러움 또한 뇌중풍과 상관없으며 대부분 신경성이다.
▽손발이 마비됐나요?=마비는 뇌중풍 환자의 70%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전조증상이다. 90% 이상이 몸의 한쪽만 마비되는 특징이 있다. 한쪽 팔다리만 힘이 없거나 저리기도 한다.
양쪽 손발이 모두 저리면 신경성 또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이 원인일 수 있다. 유독 밤에만 손목이 저리다면 말초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이, 손발이 창백해지고 차갑다면 팔다리 혈관의 순환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과음한 다음날에만 손발이 마비되는 것도 뇌중풍과는 큰 관련이 없다.
▽머리가 아프세요?=머리에 벼락이 친 것처럼 극심한 두통을 경험했다면 뇌중풍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두통은 뇌중풍의 중요한 전조 증상 중 하나다.
그러나 편두통은 뇌중풍과 관계가 없다. 뇌중풍 환자 중 편두통 전조증상이 있는 경우는 10만명당 3명 정도에 불과하다. 뒷머리가 뻣뻣한 것도 마찬가지. 여러 연구결과 이 경우 95% 이상은 뇌중풍에 걸리지 않았다. 뒷목이 심하게 아프다면 목 주변 척추에 퇴행성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가슴이 아프세요?=가슴 가운데가 심하게 압박되면서 칼로 쪼개는 듯한 통증을 경험했다면 심근경색증을 의심해야 한다.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동맥 내부가 막혀 심장이 멎는 것. 흉통이 대표적인 전조증상이다.
운동할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흉통이 심하다면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잠을 잘 때, 아침에 찬 바람을 맞았을 때, 흥분할 때 흉통이 있는지를 살피도록 한다.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4대 위험요소인 고콜레스테롤과 고혈압, 흡연, 당뇨 등이 있는지도 체크하도록 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지회 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 교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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