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7일 수요일

찬바람은 뇌졸중 경보

찬바람은 뇌졸중 경보

발병땐 무조건 빨리 응급실로 옮겨야
11월 ‘뇌졸중 극복의 달’…전국서 강좌


찬바람이 불면 특히 조심해야 할 병이 있다. 뇌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이 그것이다. 2003년 뇌졸중 사망자는 3만6495명으로 단일 질환 사망률 1위며, 심장병 사망자(1만1866명)의 3배가 넘는다(통계청). 뇌졸중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잘못된 대처 때문에 사망률이 미국보다 2배 이상 높다고 의사들은 안타까워한다. 신경외과 의사 중심의 대한뇌혈관학회는 11월 한 달을 ‘뇌졸중 극복의 달’로 정하고, 오는 23일부터 한 달여 동안 전국에서 뇌졸중 강좌를 개최한다. 병에 대해 정확히 알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게 뇌혈관학회의 대국민 메시지다.


■뇌경색

전체 뇌졸중의 70~80% 정도는 뇌 혈관이 막혀 초래되는 뇌경색이다. 정상인의 뇌 100g에는 1분간 약 50㎖의 피가 흐르는데, 10~20㎖로 떨어지면 뇌 세포의 기능은 정지되나 구조적으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때 재빨리 피 공급을 재개하면 정지된 뇌세포 기능이 회복된다. 혈류량이 10㎖ 이하로 떨어져 2~3시간 지속되면 뇌세포는 완전히 파괴된다. 따라서 뇌경색이 발생하면 재빨리, 늦어도 6시간 이내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야 일시적으로 기능이 정지된 뇌세포를 살려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본격적인 뇌경색이 발생하기 전 ‘맛보기’ 뇌경색이 올 수 있는데 이때는 뇌경색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좁아진 혈관들을 교체해주는 ‘우회로(迂回路)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뇌수술은 위험하다”며 수술을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뇌수술 성공률은 최근 90% 정도까지 높아졌다.

■뇌출혈

뇌 속 혈관이 터진 것으로 고혈압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흔하다. 만성 고혈압은 뇌혈관 벽을 약화시켜 출혈을 일으키는데, 이때 출혈된 피가 굳어 뇌의 중요한 부위를 누르면 사망하므로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출혈량이 크면 개두(開頭)수술, 출혈량은 적지만 중요한 부위가 눌린 경우엔 두개골에 구멍을 낸 뒤 바늘을 찔러 피를 뽑아내는 ‘정위수술’을 시행한다.

■뇌동맥류

마치 꽈리처럼 혈관이 부풀어 나오는 병으로, 혈관 벽이 매우 약해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이 ‘폭탄’이 터질 경우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며, 적절히 치료해도 50% 이상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따라서 뇌동맥류는 미리 발견해서 터지기 전에 제거하는 게 상책이다. 금속 클립으로 동맥류를 묶어 버리는 결찰술이 가장 널리 사용되며, 백금코일로 동맥류 안을 메워 버리는 ‘색전술’도 시행된다.

문제는 예방적 수술의 비율이 서구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 서구의 경우 비파열 동맥류 수술이 전체 동맥류 수술의 30% 이상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5~8%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족 중 뇌동맥류 파열환자가 있거나 가벼운 뇌출혈 증상이 있는 경우엔 MRA(자기공명뇌혈관조영술) 등을 통해 뇌동맥류 여부를 검진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의 2~4%가 뇌동맥류를 갖고 있으며, 국내선 매년 5000명 정도의 뇌동맥류 파열환자가 발생한다.

■뇌동정맥기형

뇌동맥~모세혈관~뇌정맥의 순환과정에서 모세혈관이 생략된 선천성 혈관 기형이다. 인구의 0.14% 정도에서 발병하며, 10대에서 40대 사이에 많다. 동정맥기형이 있으면 50~75%가 출혈을 일으키며, 20~50% 정도는 간질 발작 증상이 생긴다.

그 밖에 잦은 두통, 심장기능 저하, 지능 장애, 머릿속 잡음 등이 생길 수 있다. 수술로 기형 혈관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가장 근본적 치료법이지만 수술이 어려울 때는 색전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모야모야병

10대 이하에서 잘 발병하므로 어린이 중풍이라고 불렀지만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20~40대 환자도 비교적 많다. 뇌혈관 사진을 찍어보면 파뿌리처럼 가늘고 불필요한 혈관이 무수히 많이 자라나 있는데, 정상 혈관에 공급돼야 할 피가 모세혈관으로 새기 때문에 일시적 뇌경색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을 한 뒤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입김을 “후후” 하고 불거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 뒤 일시적 뇌경색이 많이 생기는데, 이유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산화탄소가 체외로 빠져나가 순간적으로 혈관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내과적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며, 두피·뇌막·안면 등의 혈관의 뇌 속 혈관을 직접 연결시켜 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조기 발견과 조기 수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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