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일 목요일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추간판탈출증(디스크)


허리·복부 근육이 약해지면 척추 손상돼

미국에서 MBA 유학 중이던 박성민(31세·가명)씨는 올해 초 쥐가 나는 듯한 다리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오래 책상에 앉아 있으면 종종 허리가 아팠는데 점점 통증이 다리까지 이어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보통 디스크로 불리는 질환인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수술을 권유 받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수술 후에 장기간 쉴 여유가 없었고 젊은 사람이 허리수술을 잘못 받으면 평생 고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병원의 치료비도 감당하기 힘들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병원을 소개 받고 귀국해 결국 시술을 결정했다. 내시경 시술은 회복이 빠르다는 말을 반신반의하며 시술을 받았는데 실제로 하루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박씨는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 정상적으로 학업을 계속했다.

추간판탈출증의 악명은 높지만 최근엔 치료기술의 발달로 비교적 쉽게 치유되고 있다. 추간판탈출증은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추간판(디스크)이 잘못된 자세나 충격으로 변형돼 옆으로 밀려나와 생기는 질환이다. 마치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밀려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 이렇게 밀려나온 추간판이 주위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발생비율로 보면 척추 중에서도 활동성이 많은 허리에서 70%, 목 부위에서 30% 정도가 발생한다. 가슴 부위인 흉추의 경우엔 갈비뼈가 지탱해주고 활동성이 적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추간판이 얇아지고 탄력성이 떨어져 충격에 손상되기 쉽다. 키가 점점 작아지는 것도 주로 추간판이 얇아지기 때문. 20대 중반부터 퇴행하기 시작하므로 격렬한 활동을 많이 하는 20~30대에서도 추간판탈출증은 많이 발생한다. 비만이나 임신으로 복부의 압력이 척추로 전달돼 변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척추가 앞쪽으로 구부정하게 되면 피사의 탑이 계속 기울듯이 한쪽으로 힘을 받게 돼 결국 점점 더 구부정하게 되므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의 척추는 교감신경이 장기와 연결돼 있고 다리로 가는 신경이 지난다. 허리의 통증이 다리까지 이어지고 허리가 아프면 장기의 기능이 약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목 부위의 신경이 눌릴 땐 팔이나 어깨가 저리게 된다.

추간판탈출증이 생기면 초기의 경우엔 약물치료나 운동요법, 물리치료로 치유가 가능하다. 주사시술로도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사요법은 수핵성형술. 추간판을 구성하는 수핵을 고주파로 응고시켜 밀려나오는 압력을 줄이는 방법이다.

추간판의 돌출이 좀더 심한 경우엔 수술로 돌출된 부분을 제거한다. 성냥 굵기 정도의 관을 삽입해 내시경을 통하여 신경을 누르고 있는 추간판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므로 후유증이 적다.

추간판을 잘라내서 통증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간판의 기능이 상실됐을 경우엔 인공 추간판을 삽입해 복원시켜야 한다. 국소마취 후 복부의 6~8㎝ 만을 절개하고 손상된 추간판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인공 추간판을 삽입하는 시술로 허리고유의 운동성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장점이다.

추간판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뼈는 오른쪽 옆에서 봤을 때 S자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치고 반쯤 누운 자세로 앉거나 한쪽 팔을 책상에 기대고 엎드리듯 무게를 실어 앉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싹 대고 허리를 펴고 앉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땐 허리를 펴고 들어 척추의 한쪽으로만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동으로 허리와 복부의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 운동으로는 가벼운 등산과 수영, 스트레칭, 요가가 좋다. 등산을 하면 다리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허리와 복부도 강화된다. 수영은 물이 몸을 떠받쳐주기 때문에 부상의 염려가 없다. 단 접영의 경우는 과도한 허리동작이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운동도 바람직하지 않다.

추간판탈출증의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확인해 보고 싶다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하지직거상검사’를 해보면 된다. 똑바로 누워서 양쪽 무릎을 펴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70도 이상 올려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면 정상이다. 다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고 허리나 다리에 심한 통증이나 당김이 느껴지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엑스레이(X-ray)를 찍어보고 척추 뼈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으면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해 추간판과 신경의 모양을 정확히 확인한다. 허리와 복부의 근력 측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기도 한다.


⊙ 추간판탈출증 체크리스트



다음 중 3가지 이상에 ‘예’라고 대답하면 ‘추간판탈출증’을 의심할 수 있다.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밀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1. 양쪽 어깨의 높이가 다르거나 팔자걸음, 안짱걸음을 걷는다.

2. 엎드려서 무릎을 구부려 발을 직각으로 올렸을 때 다리 길이에 차이가 있다.

3. 반듯하게 누워 허리 부분에 손을 넣으면 잘 들어가지 않는다.

4. 한쪽 바짓단만 바닥에 끌리거나 한쪽 신발 밑창이 더 닳아 있다.

5.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가 시큰거리거나 다리가 저리고 당긴다.

6. 까치발을 하고 엄지발가락으로 걸었을 때 힘들거나 통증이 있다.

7. 이유 없이 다리가 아프면서 힘이 빠지고 다리의 근육이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8. 허리를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눕히는 것이 매우 힘들다.

9. 심하게 기침을 하면 허리, 엉덩이, 다리 쪽에 전기나 바늘로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10. 과거보다 훨씬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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