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놔두면 심각
건양대병원 신경과 김용덕 교수는 “많은 사람이 겪게 되는 증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어지럼증은 몸 안의 심각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일 때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 몸이 건강할 때에는 별다른 주의 없이도 잘 잡히던 몸의 균형이 어떠한 이유로 현기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양한 원인이 현기증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현기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인체의 평형기관에 자극을 주거나 병적인 현상으로 인해 나타난다. 쉽게는 차멀미, 뱃멀미, 스트레스나 긴장성 어지러움증 등 생리적인 현상에 의한 경우가 있으나 병적인 현상에 의한 현기증으로는 메니에르병, 양성발작성 체위변환성 어지러움증, 급성전정신경염과 그 외에 뇌의 종양, 뇌졸중, 신경장애 등이 있다.
◇빈혈 및 영양부족 :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많은 사람이 빈혈 때문이라고 잘못 생각한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풍부하지 못하여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고, 위궤양이나 소화기의 장애, 만성빈혈 및 영양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곤 했다. 그런데 빈혈처럼 몸속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모자라는 경우에는 주로 무기력증이 가장 흔하다.
빈혈로 인하여 주위가 빙글빙글 돈다거나 구토가 함께 동반되는 등의 전형적인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전신쇠약감을 빈혈로 착각하고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로 빈혈약을 약국에서 사먹거나 병원에서 처방받곤 한다.
실제로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사, 간호사)도 앉았다가 일어날 때 어지럽거나 눈앞이 캄캄해지면 피가 모자라는 소위 ‘빈혈’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일시적인 증상이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빈혈은 어지럽지 않다”가 더 가까운 표현이다. 실제로 심한 출혈 등으로 몸속에 있는 피의 양이 급속히 소실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단순 빈혈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때는 드물다. 또한 현기증 환자들은 대부분 뱃속이 미식거리며,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 급체를 하였다고 생각하고 위장약 등을 먹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어지러움증은 뇌의 자율신경계 혼란을 유발하여 체한 것 같은 위장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소화기계의 약은 전혀 효과가 없다.
◇말초전정계의 이상 : 갑자기 머리나 몸의 위치를 바꿀 때 생기는 어지럼증으로 자세를 변화시킨 후 보통 30초 이내 소실되지만 어지러운 느낌은 수시간 지속될 수 있다. 원인으로는 귓속 세반고리관 내의 작은 돌 조각이 원인으로 이것을 원위치시키는 반고리관 결석 정복술을 시행하여 치료할 수 있다. 과로를 하거나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다음 갑자기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과 함께 구역질과 구토를 동반한다. 또한 현기증과 함게 이명을 동반하며 청력장애, 귀안이 꽉찬 느낌이 있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중추전정계의 이상 : 응급을 요하는 경우로,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뇌종양, 소뇌질환 등이 있다. 나이가 많고 고혈압, 당뇨, 심장병, 흡연 등의 뇌졸중 발병 위험인자가 있던 사람이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증과 함께 비틀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만일 어지럼증과 동반되어 말이 어둔해지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고, 한쪽 팔다리에 감각이상(저림)이나 힘이 빠지는 경우 혹은 걸을 때 한쪽으로만 쏠리는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뇌졸중에 의한 증상이다. 이 경우는 시간을 다투는 응급상황으로 빨리 신경과가 있는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찰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기타 원인 : 흔들리는 느낌, 균형을 잘못 잡는 느낌, 정신이 몽롱한 느낌, 눈이 어질어질한 느낌 등으로 나타나는 현기증은 신장질환, 빈혈 등의 내과적 질환, 안과적 질환 등의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는 힘들다. 이 외에 일반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 불면증이 현기증을 유발하는 가장 많은 원인이 되곤 한다.
#치료와 예방법은
일단 현기증이 나타나면, 어지러움을 유발시킬 수 있는 원인 즉 과로, 담배, 술이나 잠을 못 자는 등의 여건을 모두 피하고, 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혈압조절 및 당뇨가 있는 경우 혈당조절을 하며, 어지러움증이 있기 전부터 사용한 확실하지 않는 약물의 사용을 중지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어지러움이 있는 경우 이것이 병적인 현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생리적인 현상에 의한 것인지를 반드시 감별진단하기 위한 좌우측의 평형기능의 정도를 측정하는 평형기능 검사를 하여 어지러움의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지러움이 나타나서 고생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이것이 생명의 위험을 초래하는 중대한 질환으로 염려하여 어지러움을 비롯해 심한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많은 고생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지러움은 일부 특정 질환을 제외하고 나면 생명에 위험을 주지 않고 쉽게 증상조절이 된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러움으로 인하여 사회생활을 포기하여야 하는 심한 경우도 드물지 않아 적절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중추전정계의 이상으로 밝혀진 경우 원인에 따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일과성 뇌허혈로 인한 증상이면 항응고제 및 혈전용해제 등을 사용하여 뇌경색의 진행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소뇌출혈로 인한 증상인 경우 증상의 경중 및 경과를 관찰한 후 약물치료 단독 혹은 드물게 외과적으로 출혈의 제거를 같이 시행할 수 있다.
어지럼증은 증상이 다양하고 비교적 가벼운 질환부터 뇌출혈, 뇌경색과 같은 심각한 질환까지 매우 광범위한 병에서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심하다고 중추신경계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며, 비교적 견딜 만한 어지러움증도 중추성인 경우가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평소에 말초 전정계의 이상으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진단받아 치료받던 환자에게도 다른 일반인과 같이 중추성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는 평소 느꼈던 어지럼증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 또한 응급상황이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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