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프다고 디스크만 의심 마세요
허리 통증 없이 노화를 맞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만큼 요통은 노인들의 단골 질환이다. 디스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통은 근육약화에서 온다. 허리 근육은 앞쪽인 복근과 등 근육인 배근으로 이뤄져 있는데, 두 근육이 균형을 이뤄야 튼튼하게 척추를 받쳐준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떨어지면 척추가 흔들리고, 그 결과 요통이 발생한다.
노년기엔 척추질환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통증으로 앉거나, 누워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합병증으로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노인에게 많은 척추질환의 원인과 예방ㆍ치료법을 알아본다.
◆척추관협착증=척추의 노화는 30대 중반 시작된다. 척추 뼈의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에서 수분이 점점 빠져나가 퇴행성 변화를 맞는다. 젤리같이 부드럽고, 질긴 디스크 판은 얇아지고, 딱딱해져 탄력성을 잃는다. 척추뼈도 변한다. 척추가 불안정해지니 이를 보상하기 위해 척추관절과 인대 일부분이 자라나 신경 통로가 좁아진다. 이곳을 지나가는 신경다발을 압박해 요통이 생긴다.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허리보다 다리에 통증이 많이 생긴다. 허리를 펴면 아프고,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구멍)이 넓어져 통증이 덜하다.
디스크와 달리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척추뼈 사이의 간격을 넓히기 위해 나사못 고정술(척추 유합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경을 압박하는 뼈를 살짝 긁어내는 ‘미세현미경 감압술’이 개발돼 70세 이상의 고령자도 수술을 받는다. 부분마취로 1.5~2㎝만 절개하므로 회복이 빠르고, 수혈하지 않아 감염 우려도 줄었다. 소변장애나 신경마비가 시작된 뒤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빠른 진단ㆍ치료가 중요하다.
◆척추압박골절=척추뼈가 깡통처럼 찌그러지고 주저앉으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원인은 골다공증이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골밀도가 떨어진다.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전체 골다공증 환자의 20%가 남성이다. 과거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하면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는 방법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저앉은 척추 뼈에 골시멘트를 주입해 단단하게 만드는 시술이 보편화됐다. 척추성형술(골시멘트 보강술)로 불리는 이 시술로 15분이면 즉시 거동할 수 있다. 압박골절은 허리를 굽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통증을 무시하고 방치할 경우 위아래 뼈의 연쇄적인 골절뿐 아니라 찌그러진 척추뼈로 인해 등이 빠르게 굽어간다.
◆추간판탈출증(디스크)=젊은 층에서 많이 발병하지만 사실 노년층에도 많다. 노인성 디스크는 추간판 가운데가 튀어나오는 일반 디스크와 달리 뒤쪽으로 튀어나오는 등 잘 보이지 않는 부위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나이가 들면 척추관절이나 인대가 두꺼워지고, 신경의 탄력성이 줄어든다. 따라서 젊은 사람의 디스크와는 다르게 신경이 많이 부어 있고, 신경손상 및 마비가 더 쉽게 온다. 퇴행으로 인해 석회화가 진행되거나 뼈처럼 단단해져 자연치유가 잘 되지 않는 특징도 있다.
노년층에서는 척추관협착증을 동반하거나, 노화로 인해 뼈처럼 굳어버린 경성디스크가 많다. 통증이 심하지 않을 경우 운동요법ㆍ물리치료 등 보존요법이 유효하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체력이 약한 고령자에겐 수술시간과 회복기간이 관건이다. 따라서 요즘엔 ‘미세현미경 디스크 절제술’이 많이 시행한다. 부분마취를 하고, 현미경을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1시간 이내에 수술이 끝난다.
◆후종인대골화증=목 뒤쪽 인대가 뼈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다리에 점점 힘이 없어지고, 손저림 및 떨림 증상이 나타나 단추를 채우거나 젓가락질하기조차 어려워진다. 근력은 물론 방광 기능도 약해지기도 한다. 병명이 생소할 뿐 아니라 원인 및 진단기준도 명확지 않아 류머티스 관절염ㆍ터널증후군 등으로 오해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보존요법인 침상 안정,보조기 착용 등으로 신경조직의 자극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보행장애가 있거나 심한 척수 압박이 관찰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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