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여러분! 수족냉증 고치고 삽시다
한 여름철에도 사시나무 떨 듯 손발이 떨리고 시린 수족 냉증환자가 적지 않다. 게다가 여름만 되면 여기저기서 틀어대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냉증 환자에겐 최대의 적. 이 때문에 흔히들 ‘여름철 수족냉증=냉방병’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수족냉증은 그 원인이 다양해 내 몸 속 질환을 알리는 ‘적색 경보’일 수 있다.
통증전문병원인 세연통증클리닉이 2005년부터 2007년 6월까지 2년 여에 걸쳐 수족 냉증 환자 253명을 분석한 결과 수족냉증의 대표적 원인으로 알려진 ‘레이노드(Raynaud’s phenomenon)’병 외에 ‘척추관 협착증’이 원인이 된 경우가 43%를 차지해 이들이 수족냉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병원의 최봉춘 박사는 “수족냉증은 주로 혈액순환기 계통의 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척추관 협착증처럼 신경계통기관 이상으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전자의 경우라면 반신욕이나 손바닥 치기, 따뜻한 차 마시기 등의 민간요법이 효험이 있을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신경치료 등 전문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수족냉증이란 춥다고 느낄 만한 기온이 아님에도 손과 발이 차다고 느끼는 증상으로, 주로 여성에게 많다. 이는 여성 호르몬이나 생리로 인한 빈혈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남성보다 많기 때문. 이 밖에 사춘기나 갱년기, 출산 후 산모 등에서도 잘 생긴다. 대개 추운 계절에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여름에도 수족냉증을 많이 호소한다.
가장 흔한 부위는 물론 손과 발. 실제로 적외선을 이용해 체열을 측정해 보면, 타 부위에 비해 손발의 체온이 1.5~2도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개 허리 부분의 냉증이나 팔과 어깨 결림, 심한 두통 등 2~3개 증세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이 밖에 위장장애나 만성피로 및 저혈압 등도 나타난다.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 있고, 손발까지 시리고 저리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해 발과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려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 발 시림이나 저림 증세가 심할 때, 한여름에도 다리 토시를 하고 다닐 정도로 고통스럽다. 만성 요통과 냉증이 있는 환자라면, 통증 클리닉에서 적외선 체열 검사나 혈관검사, 초음파 검사, MRI 촬영을 통해 질환 여부를 알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외과적 수술보다 ‘비수술적인 치료’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신경성형술’을 이용한 치료다. 신경성형술은 세계통증학회 회장인 미국 텍사스의대 통증센터 ‘가보 라츠(Gabor Racz)’ 교수가 개발한 치료법이다. 일종의 주사 요법만으로, 영상 장치를 보면서 신경의 협착이 되어 있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 이곳에 가느다란 줄을 넣어 신경이완약물과 고농도 식염수를 주입, 신경의 염증을 없애준다. 기존 외과적 수술이 부담인 환자에게 좋으며, 만성 통증 및 시리고 저린 현상도 사라지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최박사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 98명의 척추 질환자에게 신경성형술을 적용한 결과 79명(80.6%)에게서 통증이 많이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박사는 “진통을 없애는 약물이나 물리 치료가 효과가 없는 만성 허리 통증에 효과적”이라며 “수술이 부담되는 노인이나 당뇨병, 고혈압 환자 등에도 안전하게 시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레이노이드병은 평상시 따뜻한 환경에서는 별반 탈이 없다가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창백해지며 심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손의 진동이 지속되는 작업 환경에 장기 노출될 경우 유발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약물이나 동상, 혈액 병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평소 손발이 추위에 민감한 사람도 요주의 대상. 예를 들어 주부들의 경우 설거지를 하거나 냉장고 안 정리 시에 손이 하얗거나 푸르게 변하면 레이노드 병을 의심할 수 있다.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치료 역시 확실한 방법은 없다. 보조적으로 혈관확장제나 항혈소판제 정도를 시행하는 실정. 그러나 대개 말초혈관으로의 혈액순환의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교감신경절제술’이 권유 된다. 평소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환자 본인의 주의도 중요하다. 때문에 한여름의 강한 에어컨 바람이나 선풍기 바람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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