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요통
국내 1호 서양인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43·오스트리아 출신·자생한방병원 국제클리닉원장)씨. 한국과 한의학이 좋아 17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친 온돌방, 빨리빨리 문화, 양반다리, 보약 등 우리 고유의 의식주 문화는 각종 병의 원인이 되면서도 동시에 기발한 치료법을 담고 있다. 그가 진단하는 ‘한국인의 문화병’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아파트 홍수 시대다. 한국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침대 생활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온돌 문화가 신기하기만 했다. ‘윗목’ ‘아랫목’이라는 단어도 생소했다.
온돌 문화의 이점은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군밤을 구워 먹는 즐거움에만 있지는 않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도 온돌은 요긴하다. 특히, 습기가 많은 축축한 장마철에는 더욱 매력적이다. 후에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지만, 한국인의 이런 문화는 습기로 인한 질병인 ‘습(濕)요통’을 예방하는 지혜의 문화이기도 했다.
장마철이면 괜히 허리가 쑤시고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다면 ‘습요통’을 의심해볼 만하다. 습요통은 말 그대로 지나친 습기에 노출돼 생기는 요통이다. 습기에 몸이 상해 피부 속으로 차고 습한 냉기운이 침범하면서 허리 근육의 조직과 신경계가 혼란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오랜 시간 비나 눈을 맞거나 지하실같이 지형이 낮고 습한 곳에서 생활하는 경우에 발병하기 쉽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려지면 허리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듯 무겁고 냉하면서 아픈 통증이 나타난다.
습요통은 우선 허리 부분의 습기를 내보내고 몸을 건조하게 해야 통증이 가라앉는다. 한방에서는 ‘오적산’같이 따뜻하고 습기를 말리고 쫓아내는 약을 위주로 치료한다. 심하면 허리 주위 근육이 비대칭적으로 굳어져, 골반이 비뚤어지면서 요통이 심화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비뚤어진 골반과 근육을 바로잡아 주는 ‘추나요법’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습요통을 예방하려면 일단 습기 찬 곳을 피하고 장시간 비를 맞지 않도록 한다.
젖은 옷을 장시간 입었거나 비를 맞은 후에는 반드시 몸을 잘 말리고 따뜻하게 해 준다. 허리나 관절 부위에는 헤어 드라이어를 이용해 습기를 말려주는 것도 좋다. 장마철 습요통을 잡는 한국의 온돌 문화. 한국방문 후 처음 느꼈던 그 따뜻한 온돌의 느낌이 그리워진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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