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찾아오는 ‘허리 디스크’
병원을 찾는 환자들 가운데 감기 다음으로 많은 질환이 허리통증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평생 사는 동안 허리통증을 경험할 확률이 80%에 이르며, 45세 이하의 사람들에게서 일을 못하게 만드는 가장 흔한 이유가 허리통증이다.
세연통증클리닉의 최봉춘 박사는 “허리뼈는 보통 5개이지만 4개나 6개인 사람들도 있다”며 “각각의 허리뼈 사이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물렁뼈 같은 것이 있는데 이를 특별히 디스크”라고 정의한다.
MRI 사진에서 보면 이 디스크는 하얀 색으로 보인다. 즉 디스크가 물성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물성분은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척수액이나 태아를 보호하는 양수처럼 허리에 주는 충격들을 줄이는 쿠션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 물성분이 점점 빠져나가면서 디스크의 하얀 색은 사라지면서 회색, 심하면 검은색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변화는 디스크가 몸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퇴행성 변화가 그렇듯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스크는 특히 앉아 있을 때 가장 많은 압력을 받는다. 그리고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그 압력 역시 커진다.
결국 오래 앉아있거나 나쁜 자세로 힘든 일을 반복하는 것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 등이 디스크 발병의 주요 원인이다. 최박사는 “대부분의 경우 환자 자신은 아무런 통증 없이 모르고 지내면서 진행되는데, 어느 순간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 발생하면 바로 통증이 생기고, 디스크 질환으로 진단을 받게 된다”며 “사람들은 어느 한순간 물건을 들다 악~하니 디스크가 터졌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디스크에 일단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생긴다. 이는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뿐만 아니라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터진 모든 경우에 나타난다. 통증의 정도는 디스크의 변화 정도에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디스크 통증의 양상을 보면 앉아있거나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허리가 심하게 아프며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또한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게 되면 엉덩이나 한쪽 또는 양쪽 다리까지 뻗치는 통증이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리가 저리거나 시린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뿐 아니라 밤에 잠도 잘 수 없다.
디스크가 튀어나온 추간판탈출증은 95%의 환자에서 4번째와 5번째 허리뼈 사이, 5번째 허리뼈와 엉덩이뼈 사이에서 발생한다. 다행스럽게도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통증은 75%에서 6개월 이내에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재발될수록 통증이 좋아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게 된다.
최박사는 “튀어나온 디스크는 주변의 조직들과 신경을 누르는 기계적인 자극을 한다. 뿐만 아니라 탄력성을 잃은 디스크는 조금씩 금이 가고 디스크 내부의 물질이 밖으로 새면서 염증을 유발시키는 물질들을 방출시킨다. 이물질들은 민감한 신경조직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통증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들을 없애거나 억제하게 되면 통증은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번 염증 반응이 생기면 신경 조직 주위에 흉터를 만들며 다시 재발, 더 복잡한 통증의 양상이 나타난다.
추간판탈출증을 신경치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치료는 신경약물을 주입해서 디스크와 압박을 받고 있는 신경에 생긴 염증과, 염증으로 인한 부종을 없앤다. 즉 디스크와 신경이 원래의 기능으로 돌아가게 해주어 통증을 없애주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물론 자연적으로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동안 계속 통증에 시달려야 하며 증상이 좋아지기까지 경제적인 손실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생한다. 치료의 목표는 일상 생활로 빠르게 복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치료방법은 약물치료, 물리치료, 신경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치료이다. 최근에는 척추전문병원의 증가와 함께 수술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격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다리가 마비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생각해야 하지만, 그 외의 경우는 비수술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경치료를 하게 되면 빠른 시간에 통증이 없어지며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실제로 세연통증클리닉에서 신경성형술을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치료법은 주사바늘을 통해서 가느다란 줄을 영상장치를 보면서 디스크로 압박을 받고 있는 신경 주변에 고정시킨다. 그 후 염증과 부종을 없애고 흉터를 방지하는 약물을 3회 주입한다. 국소마취 하에 주사바늘로만 하기 때문에 전신마취나 입원 등이 필요하지 않아 업무를 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수술후 허리뼈 주변 조직의 손상 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난치성 척추수술후 통증증후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병원측의 설명이다.
최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며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허리근육을 강화하는 한편 적절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치료 기술들이 발달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퇴행성 변화를 늦추고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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